2012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어제 무가지 신문에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한 연구였는데요. 20대. 여성. 공무원. 재산 1억 이상. 100만 원 이상의 소득. 이상의 조건을 충족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미있어서 우리 부서 선생님들께 말을 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이 이랬습니다.
“당연한 거 아이가? 직장 든든하고 젊고 돈 적당히 있고……. 하나마나한 연구지.”
그 이야기를 듣고 던컨 J. 와츠의 『상식의 배반』이란 책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한 사회학자가 미국 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답니다. 주제는 ‘농촌 출신과 도시 출신 중에 누가 더 군에 잘 적응하느냐’는 것이었지요. 그 연구자는 농촌 출신이 군에 더 잘 적응했고, 그 이유는 농촌 출신이 노동에 익숙했기 때문이라는 결과를 내어 놓았죠. 그리고 잠시 뒤 사실은 도시 출신이 군에 더 잘 적응했고, 그 이유는 도시출신이 조직생활에 더 익숙했기 때문이라는 결과로 정정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봐라! 우리가 아는 상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오류투성이인지를. 그래서 뻔해 보이는 사실도 연구가 필요한 거야.”
그렇습니다. 저는 신문에 실린 행복에 관한 연구가 하나마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상식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그래도 그 상식의 오류를 점검했다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아침에 도종환 시인의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듭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 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사람들이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가 그것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들은 완벽하고 만족할 만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입니다. 재산이든 외모든 명예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에 있으면 바로 그것 때문에 근심과 불안과 긴장과 불행이 교차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고 플라톤은 생각했습니다.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57쪽.)
2012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과 도종환 시인의 행복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그것이 2012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의 철학 부재에서 온 것이라 봅니다. 철학 부재는 독서 경시에서 비롯되었고요. 욕망은 가진 것에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그러니 모자란 상태에서 부족함을 채우는 과정이 행복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2012.10.1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