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책을 읽는다
독서는 즐겁고, 유용하고, 보람차다. 장정일의 말마따나,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서도 독서만한 것은 없다. 교과서만 열심히 파서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른 사람을 보았는가? 난 못 봤다. 내 자식과 내 제자에게도 그걸 알려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써서 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빽빽한 수업을 다 시키고, 또 추가로 글을 쓰게 해서는, 실효도 없고, 설사 실효가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죽어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그냥 쓰게 하는 거다. 최소한의 분량만 강제하고, 최대한 자유롭게 놓아두는 거다. 섣불리 도와주려고 하면 아이들은 그걸 간섭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머지않아 달아난다. 그냥 놓아두면,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명히 찾아 온다. 그때 도와주는 거다.
뭐가 바뀔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어 갈 것이다. 무조건 그렇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부모 된 혹은 어른 된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부쩍 자란 아이들이 더 이상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을 테니. 그게 불편하다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워할 일이다. 그러니 부모들이여, 어른들이여, 우리가 먼저 글을 쓰고 책을 읽자.
(2012.10.25. 작성)
A pine tree? Autumn! ⓐ 승학산, 부산. 201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