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여고, 2013] 제2화, 무기한 선도 조건부 징계 유예

빈배93 2012. 12. 7. 08:36

   2교시도 수업이 있다. 1교시와 2교시가 연달아 있는 날 아침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등교지도-1교시-조례-2교시로 이어지는 아침 3시간. 일주일에 두 번이 그런데, 3시간만 지나면 하루가 끝난 기분이다. 아침에 교무실에 서 있던 아이들이 다시 교무실로 내려와 있다. 어떤 조치가 내리나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아이들은 인상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선생님이 고민 좀 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어. 말이 좀 어려운데, ‘무기한 선도 조건부 징계 유예에 너희들을 처한다. 그게 뭐냐면 일단 징계는 당장 안 준다. 그렇다고 봐준다는 의미는 아니고, 너희들을 선도해보고, 너희들이 잘 따르고, 누가 봐도 좋게 바뀌었을 때, 징계를 면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물론 너희들이 선도에 잘 따르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선도위원회를 즉시 소집해서 징계를 논의하게 될 거야. 이해됐냐?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돈 것 같다.(아마 무슨 말인지는 정확하게 이해 못했을 것이다. 나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으니. 법 다루는 사람들은 왜 저렇게 한결같이 어려운 말을 좋아하는 거지?)  안 선생님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오늘부터 등교 즉시 선생님에게 와서 출석체크를 받는다. 1교시 마치고 교무실에 내려오고, 2교시 마치고 교무실에 내려오고……. 그렇게 매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에게 내려온다. 만일 지각을 하거나 복장이 불량이거나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면 바로 앉았다 섰다’ 50회를 실시한다.

 

   포스트모던 아이들이 어쩌면 차라리 징계 받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안 선생님은 정말 독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계속 말을 이으셨다.

 

   「다음 시간에 노트 한 권씩 준비해 와라. 거기에 뭘 적냐면, 매 시간 수업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스스로 평점을 매기도록 할 거야. 그리고 남은 공책 반 페이지 정도에는 일기를 쓰게 될 거야. 그게 너희들 평가 자료가 될 거야. 솔직히 말해 너희들 땡 잡은 거야. 선생님이 학습 매니지먼트를 해준다는 거야. 선생님의 목표는 너희반 아이들이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저도 관리해 주시면 안 돼요>라고 요구하도록 하는 거다. 물론 안 해 줄거다. 너희들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거든. 에휴! 마 그냥 징계 주면 되는데, 내 스스로 고행의 길로 들어선 거다. 그러니 너희들도 진심으로 정성껏 임하도록 해라.

 

   포스트모던 소녀 중에 한 명이 물었다. 선생님, 스스로 평점 매길 때, 거짓말로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요?

 

   「선생님이 경력이 몇 년인데. 거짓말로 써도 된다. , 선생님이 너희들을 대할 때 가식으로 대한다고 느낄 때만. 선생님이 진심으로 너희들을 돕고자 한다고 느낀다면 거짓으로 쓰지는 마라. 뭐 그래도 거짓으로 쓰면 할 수 없지만, 너희 스스로가 너무 불쌍하지 않겠니. 작년에 선생님 담임할 때 그렇게 했더니, 거짓으로 쓰는 애는 극소수였다. 진짜 잘 해보자. 최소한 너희들이, 학교생활이 보람차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 언제든 너희들이 깽판을 치면, 징계를 받게 예정되어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도록. 종 칠 때 다 됐으니 교실로 올라가고, 다음 쉬는 시간에 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