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 5] 할인 서적을 쓸어오다
2013.01.16. (화) 맑고 따듯함.
○ 지우가 회복기에 접어든 듯. 밤에도 해열제 없이 잘 잤다. 오전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물으니, 아버지 말씀이 “이제 다 나았다”였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 집사람이 늦잠을 잤다. 일어나고 보니, 7시 30분.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다. 다행히 1교시 수업은 없었다. 엄마가 곁에서 자니 아이들도 평소보다 오래 잤다. 아이들은 자면서도 엄마의 영향을 받는다. 엄마는 위대하다.
○ 부산대 쪽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예전에는 지하철 역사 앞으로만 휴대폰 대리점이 모여 있었는데, 이제는 부산대 전역을 점령할 태세다. 장사가 되니 그렇겠지. 통신사들의 앓는 소리는 거짓일 듯. 서점을 지나는데, 3000원에 책을 판다는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3,000원이라. 중고서점보다도 더 싸지 않은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랴? 들어갔다. 집었다. 계산했다. 횡재했다. 총 7권을 샀다. 21,000원. 구입한 책은 이렇다.
① 강민구의 『3분 상상 토크』. 짧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인데, 화장실에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② 장석주의 『강철로 된 책』. 서평집인데, 만만치 않은 내공이 엿보인다. ③ 셔먼 영의 『책은 죽었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에 대한 책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④ 이반 일리히의 『성장을 멈춰라』. 이반 일리히, 그 이름 하나보고 선뜻 집어 들었다. ⑤ 뀌도 미나 디 쏘스피로의 『나무 회상록』. 표지에 <이탈리아 FiordiBaraocoo 문학상 수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라고 쓰여 있다. ⑥ 강유원의 『장미의 이름 읽기』. 현재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워드로 치며 읽고 있어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⑦ 틱낫한의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책 읽는 것이 결국 마음 다스리자는 것이 아니던가. ‘마음’은 놓칠 수없는 화두다.
소비를 무척 싫어하지만, 책은 예외다. 아직 읽지 못한 채 서재에 꽂아놓은 책만 거의 20권. 모두 중고서적이나 할인서적이다. 신간을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 유행에 휩쓸리는 책은 책이 아니라 상품이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몇 년 쯤 묵었는데도 인구에 회자되는 책이라면 믿을 만하다. 사흘에 한 권을 읽는다 치면, 두 달 동안 책을 선택하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승리보다 소중한 것』을 290페이지까지 읽었다(오늘은 130페이지를 읽었다). 올림픽이 상업주의와 국가주의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내용과, 호주 최초의 이주자가 영국의 죄수와 간수들 이었다는 내용,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읽을수록 여행기를 쓰고 싶다. 카메라 들고, 수첩과 볼펜을 챙겨서, 여행을 가고 싶다. 세세한 견문과 체험과 생각들로부터 풀어나가는 그의 글은 찰지다.
○ 요즘 들어 블로그 방문객이 많게는 하루에 2백여 명, 오늘 같은 경우는 1백명이 채 못된다. 우수블로그에다 황금펜까지 달았는데(뭐 자랑할 건 못 되지만, 굳이 자랑하자면 꾸준함 정도는 자랑할만 하지만), 검색으로 유입되는 인원이 형편없이 적다. 블로그의 시대가 끝난건가? Daum 블로그가 내리막인가? 블로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블로그는 언제까지나 자족적인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예전같지 못함은 기분을 다운시킨다(하기야 남의 일기 들여다 보는 일이 뭐가 그리 재미있겠는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유명 작가도 아닌데).
승리보다 소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