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 선물을 준다는 것은 기쁜 일
2013.01.27.(일) 맑음
집사람 친구가 애들 데리고 놀러왔다. 고맙다. 떳떳하게 집을 나선다. 커피 가게로 간다. 뜨거운 커피를 홀짝거리며, 『상상토크』라는 책을 읽는다. 괜찮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좋다. 메모도 하고, 컴퓨터를 본다. 어느새 커피가 식었고, 무료해진다. 시계를 보니 불과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뿐. 거침 없이 일어서서, 온천천에 내려선다. 어디로 갈까? 그래 부산대다. 젊고 싱싱한 기운을 받으러 가자. 기분은 상쾌하지만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모자를 눌러 써도 춥다.
부산대 앞에 이르렀다. 사진 찍고 싶은 건물이 참 많다. 부끄러워서 많이 찍지는 못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는 없다. 서점에 들어선다. 오래 있지는 못하고 나온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2시다. 밥을 먹어야 한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진주 비봉국밥.' 그래 모든 게 낯선데, 너라도 남아 있구나. 기쁜 마음에 들어선다. 자리가 없다. 낯선 사람과 마주하여 앉는다. 돼지국밥을 후르륵 퍼넣는다. 그때 그맛 그대로다. 4,000원. 가격도 거의 그대로다. 다시 길로 나선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서 한결 추위가 덜하다. 지나가는 젊은 연인들에게서 다시 기운을 받는다.
문득 보이는 예쁜 가방. 토끼가 붙어 있는 핑크색 가방. 4살 된 우리딸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춘 가방. 망설임없이 산다. "얼마에요?" "2만 8천원입니다." "깍아주세요." "천 원 깎아드릴게요." "2만 5천원 해주시면 안 되나요?" "2만 6천원만 주십시오." 지갑에서 2만 6천원을 꺼내서 건내준다. "이 근처에 사시나 봐요. 전부터 봐오셨던 모양이에요?" "아닙니다. 그냥." 비닐 봉지에 가방을 담아들고 오니 기쁘다. 한편으로 아들놈이 "내 선물은?"하고 물을 생각에 맘이 편치 않다. '그래 사주자.' 전부터 사달라고 조르던 게임을 사러 마트에 들어섰다. 그런데 돈이 5천 원 부족하다. 한참을 망설이다 다른 게임을 산다. 그래도 잘 산 것 같다.
집에 들어서니 손님이 그대로 있다. 망설이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건낸다. "아이, 손님 가고 주지." 아는데, 아이들이 이미 선물에 손을 대어버려서 할 수 없다. 준다. 좋아한다. 집사람 친구의 아이들이 부러워한다. 조금 미안하다. 집사람 친구를 엘리베이터에서 마중한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저녁을 먹는다. 집사람이 소주 한 병을 꺼내온다. 지우는 저녁 먹다 징징거리다 잠이 든다. 집사람은 큰 아이와 게임을 한다. 나는 일기를 쓴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 커피가게 모모스, 부산. 2013.01.15.
@ 온천천, 부산. 2013.01.27.
@ 부산대, 부산. 2013.01.27.
@ 부산대, 부산. 2013.01.27.
@ 부산대, 부산. 2013.01.27.
@ 부산대, 부산. 201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