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투덜투덜 고집 씨와 조잘조잘 아내

빈배93 2013. 6. 8. 06:30

   남편 고집 씨가 칼럼을 써서 기고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인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구의 침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권리를 타고 났다. 남에게 강요 받지 않고 사는 것만큼이나,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전자에 대해서는 투철하리만큼 잘하면서, 후자에 대해서는 곧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서로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만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산 속에 가서 혼자 살던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은 그러한 원칙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상에 널려 있는 각종 사상과 원칙은 너무나 과해서 병적인 것들을 완화하는데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원칙 그대로 살려고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족쇄가 된다.」

 

   남편 고집 씨가 퇴근했다. 고집 씨의 부인이 남편을 반기며 말했다. 「외출복 벗고 씻으세요.」 고집 씨가 불만스레 말했다.「내 알아서 하리다.」 고집 씨의 부인도 불만스레 말했다.「가족끼리 그 정도 말도 못해요?」고집 씨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아니, 내가 세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입어라 벗어라하니, 그런 거요.」고집 씨의 부인이 말문을 닫고 부엌으로 갔다. 잠시 후 부인이 말했다. 「아이들 양치 좀 시켜주세요. 참 큰 아이 칫솔은 안방 화장실에 있어요. 뽀득뽀득 좀 잘 닦게 해주세요.」 고집 씨가 불만스레 말했다. 「그냥 아이들 양치 시켜 달라고만 하면 안 돼? 칫솔이 없으면 물을 것이고, 당연히 잘 닦게 할 건데 말이야.」고집 씨의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오늘 너무 까칠한 것 아니야? 혹시 무슨 글 쓴 거 있어요? 아무래도 당신 쓴 글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고집 씨는 대꾸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아차, 내 글에 내가 갖혔구나. 내 글을 타인에게 적용시켜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구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좋은데. 아내의 다름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구나.>하고 생각한 고집 씨.

 

   양치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거실로 돌아왔는데, 부인이 말했다. 「청소기 좀 돌려줘. 돌리기 전에 먼지통 먼저 비우고.」 고집 씨가 불만스레 말했다. 「또 그러네. 먼지통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았으련만.」고집 씨는 반성한 것을 금새 잊어버리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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