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쓸 데가 없는 장점도 있다
농장에 쥐가 한 마리 살았다. 식욕을 위해서라면 체면이고 염치고 대수롭지 않게 내려놓았는데, 그게 하도 오래 되어서 체면과 염치라는 말 자체를 이미 잊었다. 누가 먹을 것을 권하면 결코 사양하는 법 없었고, 권하지 않아도 일단 한 입 덥석 물고서는 눈치를 살폈다. 싫은 소리가 들려도 입에 문 것을 놓는 법이 없었는데, 그럴 때면 입에 문 것을 꿀꺽 삼키고서,「거참, 수심獸心 사납네.」하며 재빨리 사라졌다. 별다른 소리가 없으면 최단 시간에 최대의 양을 입 속에 구겨 넣었고, 자리를 떠날 때면 그 입에 먹을 것이 반드시 물려 있었다. 암탉이 알을 두고 자리를 비우면 냉큼 물어왔고, 토끼가 당근을 먹고 있으면 대놓고 뺏어왔으며, 저보다 큰 동물의 먹이도 한 눈을 팔 때 슬쩍 훔쳐 왔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다른 동물에게 제 것을 나누어 준 적이 없었는데, 유독 고양이에게만은 제 것을 나누어주었다.
참다못한 다른 동물이 염치없다고 눈치를 주면, 보통은 호탕한 목소리로 자못 경쾌하게「거참, 수심獸心 사납네.」라든지,「먹는 것 가지고 너무 그러지 마라.」며 떠났지만, 수가 틀리면 앞뒤 잴 것 없이 뾰족한 이를 들이대었다. 때문에 농장에 사는 누구도 쥐가 달갑지 않았으나,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쥐는 농장 주인과 대단히 친하게 보였다. 주인 앞에 서면 앞발을 싹싹 비비며 주인에 대한 온갖 찬사를 늘어놓는데, 그럴 때면 주인조차 간혹 민망한 인상을 짓기도 했으나 대체로 흐뭇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곤 했다. 그것이 별달리 유익한 일을 하지 않고서도 농장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쥐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쥐의 행태를 보다 못한 암탉이 불평을 해대었는데, 늙은 고양이가 점잖게 충고했다.「단점 없는 동물이 어디 있는가? 자꾸 단점만 보면 자네가 안 좋아. 쥐에게도 분명 장점이 있어. 친해지면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단 말이지.」암탉은 늙은 고양이의 말을 깊이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암탉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데도 도무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국은 <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주목할 때, 네 삶이 행복해지리라.>는 말은 말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적어도 쥐에 있어서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결론을 내고, 고양이의 충고는 그만 잊어버리기로 하였다.
동물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