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연수기] 「홍계월전」으로 수업 실연을 하다

홍계월전洪桂月傳

작자미상

 

여공1)이 만류挽留2)하기를,

 

1) 여공: 계월의 시아버지이자 생명의 은인.

2) 만류挽留(당길 만, 머무를 류):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타일러 말림.

“계월이 비록 네 아내는 되었으나 벼슬 놓지 아니하고 의기意氣3) 당당堂堂4)하여 족足히5) 너를 부릴 사람이로되, 예로써 너를 섬기니 어찌 심사心思6)를 그르다 하리오.

 

3) 의기意氣(뜻 의, 기운 기):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마음이나 기개.

4) 당당堂堂(당당할 당, 당당할 당):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 만큼 떳떳하고 번듯하게.

5) 족足히(넉넉할 족): 수량이나 정도 따위가 모자람이 없이 넉넉히.

6) 심사心思(마음 심, 생각할 사): 대상에 대해 일어나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

 

영춘7)은 비첩婢妾8)이라 제 거만하다가 죽었으니 뉘를 한하며, 또한 계월이 그릇 궁녀비宮女婢9)를 죽인다고 하여도 뉘라서 그르다 책망責望10)하리오. 너는 조금도 괘념掛念11)치 말고 마음을 변하지 말라. 만일 영춘을 죽였다 하고 혐의嫌疑12)를 두면 부부지의夫婦之義13)도 변할 것이요 또한 천자 주장主張14)하신 바라, 네게 해로움이 있을 것이니 부디 조심하라.”

    

7) 영춘: 보국의 애첩이었으나 잘못을 저질러 계월에게 죽임을 당했다.

8) 비첩婢妾(여자종 비, 첩 첩): 여자 종으로서 첩이 된 사람.

9) 궁녀비宮女婢(궁전 궁, 여자 여, 여자종 비): 궁에서 종살이 하는 여자. 영춘을 가리킴.

10) 책망責望(꾸짖을 책, 바랄 망): 나무라거나 꾸짖으며 못마땅하게 여기다.

11) 괘념掛念(걸 괘, 생각할 념): 마음에 두고 걱정하거나 잊지 않음.

12) 혐의嫌疑(싫어할 혐, 의심할 의): 꺼리어 싫어함.

13) 부부지의夫婦之義(지아비 부, 지어미 부, 어조사 지, 옳을 의): 부부간의 의리.

14) 주장主張(주인 주, 베풀 장):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를 굳게 내세움.

 

하신대, 보국이 여쭈오되,

“부친께서는 부당지설不當之說15)을 하시나이다. 세상에 대장부 되어 계집에게 괄시恝視16)를 당하오리까?”

 

15) 부당지설不當之說(아니 불, 마땅할 당, 어조사 지, 말씀 설):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말.

16) 괄시恝視(소홀할 괄, 볼 시): 사람을 업신여겨 하찮게 대함

 

하고 그 후로부터는 계월의 방에 들지 아니하니, 계월이 생각하되,

‘영춘의 혐의로 아니 오는도다.’

하고 말하기를,

“뉘라서17) 보국을 남자라고 하리오. 여자에도 미치지 못하리로다.”

하고 남자 못 됨을 분憤하여18) 눈물을 흘리며 세월을 보내더라.

    

17) 뉘라서: 누가

18) 분憤하여(괴로워할 분): 괴로워하여.

 

각설却說19), 이때 남관장이 장계狀啓20)를 올리거늘 천자 즉시 개탁開坼21)하니 하였으되22),

 

19) 각설却說(물리칠 각, 말씀 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그만두고 화제를 돌려 다른 말을 꺼냄.

20) 장계狀啓(문서 장, 열 계): 지방에 파견된 관원이 자기 관하의 중요한 일을 임금에게 글로써 보고하는 일이나 그런 문서를 이르던 말.

21) 개탁開坼(열 개, 터질 탁): 봉한 편지나 서류 따위를 뜯다.

22) 하였으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오왕과 초왕이 반叛23)하여 지금 황성皇城을 범하고자 하옵는대, 오왕은 구덕지를 얻어 대원수를 삼고, 초왕은 장맹길을 얻어 선봉을 삼아 제장 천여 원員24)과 군사 십만을 거느려 호주 북지 칠십여 성을 항복받고 형주 자사 이완태를 베고 짓쳐 오매 소장의 힘으로는 방비할 길이 없사와 감달敢達25)하오니

 

23) 반叛(배반할 반): 배반하다.

24) 원員(수요 원): 관리나 장수의 수를 헤아리는 단위.

25) 감달敢達(감히 감, 전달할 달): 감히 전달하다. 황제에 대한 높임.

 

용장식 은팔찌 @ 공주박물관(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