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제2시집] 나무와 바람과 나

빈배93 2014. 9. 18. 11:32

그렇게 살지 마라고

나무라는 나무

 

나처럼 살아 보라고

바라는 바람

 

그 속에서

고개 숙이고

고개를 넘는 나

 

* 무욕(無慾)의 나무라고 하지만 욕심이 없지는 않다.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늘로 하늘로 기기묘묘하게 뻗어가지 않던가. 그러나 그뿐이다. 나무의 욕심은 조금도 추하지 않다. 무애(無碍)의 바람이라고 하지만 거리낌이 없지는 않다. 산을 만나고 강을 만나면 방향을 바꾸지 않던가. 그러나 그뿐이다. 바람의 전환은 스스로의 거리낌 때문이 아니다. 나무도 말이 없고 바람도 말이 없다. 사람들은 말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줄로 알고, 욕망을 등에 지고서 고단한 인생길에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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