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 보충수업
보충수업의 의미는 명백하다. 수능 성적 향상! 그것 말고는 무슨 의미를 붙이랴? 거기에 다른 의미가 붙는다면 그것은 눈속임이다. 수능 성적 향상은 문제 풀이 능력의 향상이다. 문제를 푸는 능력은 당연히 문제를 풂으로서 갖춰진다. 개념부터 잡고 문제를 풀자는 말도 있다. 옳은 소리다. 그러나 개념 확립은 보충 수업의 영역이 아니라 정규 수업의 영역이다. 그러니 보충 수업은 그 짐을 벗어도 좋다.
문제라는 것이 천차만별이다. 난이도도 있으면서 깔끔한 문제가 있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 난이도도 없으면서 추잡한 문제도 있다. 가장 괜찮은 문제는 수능시험문제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국 최고의 출제진과 검토진이 한 달을 갇힌 채 합숙하며 다듬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 지역 교육청 문제가 괜찮고,그 뒤로 출판사 문제, 학교 내신 문제, 동네 학원 문제 정도로 서열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러나 예외는 예외일 뿐, 거기에 대해서는 입을 닫자.
EBS 교재를 보면 날림 문제가 꽤나 많다. 그런 문제로 보충수업을 하자니 애로가 많다. 선생도 학생도 힘만 들고 얻는 게 별로 없다. 학생 하나가「선생님, 국어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문제가 너무 많아요.」하고 푸념을 하길레,「국어가 그런 게 아니라 찌질한 문제가 그런 것이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충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찌질한 교재를 안 쓰면 그만이다. 그럼 무엇으로 해야하나? 그동안 치러왔던 수능 시험 문제와 모의 고사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심지어 모의 고사 문제는 학년 별로 1년에 4회씩 총 12회 분량이 있다. 거기에다 20년을 곱하면 240회 분량의 문제가 된다. 재수 삼수 때까지 풀어도 다 풀 수 있을 만한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3년 내도록 수업해도 차고 넘칠 만큼 충분하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어 특강을 하고 있다. 2013년 모의고사 문제를 갖고 문제를 풀고 있다. 총 8회 분의 모의고사를 갖고 첫 주에는 화법 문제만, 둘째 주에는 작문 문제만, 셋째 주에는 독서 문제만, 넷째 주에는 문법 문제만 집중적으로 풀며, 문제를 푸는 감각을 전수하고 있다. 물론 교재는 복사해서 나누어줬으니 학생들의 교재비가 절약된 것은 당연지사. 34명으로 출발한 보충수업이 2주만에 43명으로 늘었다.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좋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