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2시집] 이리오너라
빈배93
2017. 7. 28. 13:10
이리오너라
사람 살다보면 길 떠날 일이 있으니
길 떠나는 사람 먹고 자는 일이 큰 일이니
먹을 데 잘 데가 마땅치 않았던 시절
아무리 가난해도 이리오너라 하면
없는 살림에 방도 주고 밥도 주었으니
말동무도 해주었으니
농번기만 품앗이가 아니라 일상이 품앗이
그러나 이제는 이리오너라할수도
이리오너라해서도 안 되는 세상
거리거리 밥집마다 맛을 피우고
구석구석 모텔마다 불을 피운다
꽃길 산길 냇가길 모다 지워버린, 저 길을
저 검게 진득이는 아스팔트 길을
불 꺼진 폐광촌인 양 무섭게 걷는다, 혼자서 하염없이
* 지난 겨울 부산 온천장에서 울산 공업탑까지 혼자서 이틀 간 해파랑길을 따라 66km를 걸었다. 해는 지는데 먹을 곳도 잘 곳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찾아낸 펜션에는 주인이 없었고, 해가 지고 근 두 시간이 걷고 나서야 겨우 잘 데에 들었다. 식당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문명이 발전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든 게 좋기만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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