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월

빈배93 2020. 8. 18. 11:45

[200818-1] 화를 내면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엉겨서 더 큰 덩어리가 된다. 다행히 밤이 있고, 잠이 있어서 덩어리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밤도 잠도 어찌할 수 없이 커진 덩어리는 모든 것을 태운다. 부처님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로 '嗔(성낼 진)'을 꼽았다. '口(입 구)'로 보아 결국 화는 말이 가장 큰 원인이라 판단한 것일 테고, '眞(참 진)'은 단순히 소리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만, 제 나름대로 참말이라고 지껄이는 것이 화의 근원이라는 걸 넌지시 전하는 게 아닐까? 일상을 살펴보면 각자의 참말들이 화를 키우고 다툼을 만드는 일이 수도 없이 많지 않은가?

 

[200818-2] 방학 사흘 동안,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반이 넘게 워드를 쳤다. 글자수로는 10만 자가 넘었다. 학교에서는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500페이지가 넘게 쳤다. 잘 읽어지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데는-읽다 보면 '억지로'가 빠지고 '재미'가 들어온다- 이만한 방법이 없다. 틱 증상을 완화하는 책도 치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면, 이거라도 안 하면 뭐 할까, 하는 짓이다. 노니 개 패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은가? 톨스토이 단편 소설들을 쳐 놓은 것은 2학기 독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만하면 괜찮은 시간 죽이기다.

 

[200818-3] 방학 일직 근무조로 학교에 나왔다. 오전 근무하는 부장이 두 명, 교무 보조 선생 하나. 굳이 부장 둘을 오라고 한 건 공평함 때문일 텐데, 제비뽑기로 그냥 한 명은 비번을 줘도 되지 않았나.

 

[200818-4] 그냥 생각해낸, 아직 쓰지 않은 내 소설의 한 장면. "선생님이 평생 책임질 것 아니잖아요?" "맞다. 평생 책임 안 질 거다. 니 담임하는 올해만 노력하는 거다. 그런데 니는 평생 책임질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고 노력하냐? 다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노력을 기울이는 거야. 그걸 못하면 스스로에게 욕을 먹이는 거고. 그러니까 제발 올해만이라도 잘 넘기자. 니도 못하는 걸 내가 못한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200819-01] 성당의 평면도는 십자가 모양이다. 십자가 모양의 윗부분에 제단이 위치하고 십자가 아랫부분에 회중석(會席席)이 위치한다. 회중석은 예식에 참가하는 신도들을 위한 자리다. 

 

[200827-01] 수많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메모하는 데는 30초가 걸리고, 찾아내는 데는 1시간이 걸린다. 삽질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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