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탐구생활

[양산탐구생활] #2 물금(勿禁)의 유래

빈배93 2024. 2. 5. 22:24

 

005 양산시 물금면 '물금(勿禁)'이라는 지명은 한자가 특이하다. '勿'은 '~하지 말라'는 의미이고, '禁'은 '~을 금지하다'는 의미이다. 문장으로는 '勿'이 서술어가 되고 '禁'이 목적어가 생략된 목적절이 되니, 해석하자면 '~을 금하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禁'자의 목적어가 생략되었기에 추측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006 국립지리원에서 설명하는 물금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각기 다른 두 자료에서 모아 정리하자면 이렇다. <옛날 신라와 가락국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무역을 했는데, 그 중심지가 물금지역이었다. 무역의 활성화를 위해 양쪽 국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것을 금하지 않기로 두 나라가 합의했다. 그래서 물금이라는 지명을 얻었다. 그 근거로는 《삼국사기》에 '신라 법흥왕이 신라의 남쪽 경계로 순행을 했고 가야국왕이 그곳으로 가서 만났다'로 요약되는 기사가 있다.>

 

007 두 임금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날씨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졌을 수도 있고, 만에 하나로 "쟤들끼리 오고가는 거 냅두기로 합시다."라고 했을 수도 있다. 지명의 유래가 다 그렇듯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이 된다면, 터무니 없지만 않으면, 하나의 재미로 기억하면 그뿐 아니겠는가. 아무튼 '禁'의 생략된 목적어를  '백성들의 국가 간 왕래'로 추정해보자. '백성들의 국가 간에 왕래를 금하지 말라' 그것이 물금(勿禁)의 정체성이다. 자유무역지대 물금, 백성들의 삶을 생각하는 양국의 임금의 은총을 받은 곳. 아주 짧은 한 때 한반도의 싱가폴이었던 흔적이자, 선정을 배풀던 양국 임금이 베풀었던 덕치의 증거이다. 믿거나 말거나, 마음은 좋지 않은가.

 

008 하나더. 또 다른 설로는 물금의 '勿'은 음차로 그냥 '물(water)'이란 뜻이고 '禁'은 훈차로 '~금하다'로 보고, '낙동강아! 범람하지 마라'는 주술적 의미를 담았다고 보는 견해다. 하나 더. 물금의 옛지명 중 물고미(勿古味)가 있는데 '물'은 '물(water)이고 '고미'는 '굽이'라고 보아서, '물고미'가 '낙동강이 굽어 흐르는 곳'이라는 견해가 있다. 어찌 되었던 세가지 설이 모두 물금과 낙동강을 떼어놓을 수 없으니, 물금의 정체성은 낙동강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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