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 사실 제가 호통을 치는 대상은 대부분 가벼운 범죄로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아이들입니다. 소년원에 보내는 아이들에겐 되도록 호통을 치지 않습니다. 이미 무거운 처벌을 받은 상태인데 거기에 호통까지 더하면 심리적인 부담만 줄 뿐이니까요. 대신 그 아이들에게는 엄중한 처벌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야만 피해를 당한 사람도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도 자기가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뒤늦게나마 깨닫고 뉘우칠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원망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16)
○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智로만 살면 모가 나고, 情으로만 살면 흘러가 버리고, 意志로만 살면 답답하다. 좌우간 인간 세상이란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살기 어렵기가 극에 이르면 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어딜 가나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을 때 시가 써지고, 그림이 완성된다.(24)
○ 프랑스에는 '쇠이유'라는, 비행소년을 위한 도보 여행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 명의 비행소년이 성인 멘토 한 사람과 함께 3개월 동안 1,600킬로미터를 걷는 여행을 완수하게 하는데, 여행을 완주하면 판사와 법원 직원들, 그리고 관계자들이 성대한 파티를 열어 줍니다. 도보 여행을 마친 청소년들의 재범률은 15퍼센트로, 일반 비행소년들의 재범률 85퍼센트보다 극히 낮았다고 합니다. 『걷기예찬』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인류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쇠이유를 지지하며 '걷기는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는 내면의 여정이다. 걷기는 아이들이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스스로를 둘러싼 벽에 창문을 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173)
● 2024.12.09.(월)에 천종호 판사의 학교폭력예방에 대한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서 그의 책도 읽고, 유튜브의 영상도 몇 개 본다. 좋은 책이 어떤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적어도 학생생활지도를 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