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역사책을 쓸 수 있다 [뜻밖의 한국사]
* 시작일: 2011. 01. 01.
* 종료일: 2011. 01. 07.
2011년의 독서에 대한 다짐
새해 첫 독서기록이다. '처음은 뜻깊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2011년 첫 책이 된 이유는 '뜻밖'이었다. 본가에 밥먹으로 갔다가 그냥 눈에 띄어서.
작년에는 정독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독서기록을 남긴 책이 50권 남짓이 된다. 읽다가 그만둔 책은 그 두세배는 된다. 올해는 좀 더 체계적이고 꾸준한 독서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독서기록에 대한 나의 다짐. 첫째, 독서기록에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최소 2시간 이상). 둘째, 혹 읽다가 그만 두더라도 그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기(이래야 좀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를 것 같다).
역사로서의 재미와 정확함
이책의 저자는 경영학 전공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팔린 역사 분야의 책을 썼다. 인문 서적이 9쇄면 잘 팔렸다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역사가 재미있어질 필요도 있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적극 동의한다. 저자의 궁금함과 그 답변들도 충분히 흥미로왔다. 그래서 저자의 문제의식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인정한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이 '재미'라도 역사로서의 정확함은 기본이 되어야한다. 필자는 역사 전공은 아니지만 인접 분야인 한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잘못되거나 오해하기 쉬운 부분들을 더러 보았다. 예를 들자면, 천부인 3개를 우리나라의 도장 1호로 당당히 서술한 부분. 천부인 3개 에 대한 몇 개의 설들이 있지만 보통 '칼, 방울, 거울'로 본다. '印(도장 인)'자 들어갔다고 도장이 아니다. 또, 사도세자가 세 살에 [효경]을 외우고 일곱살에 [동몽선습]을 떼었다는 부분. [효경]이 [동몽선습]보다 훨씬 어려운 책이다. 따라서 순서가 뒤바뀌어서 사도세자가 세 살 때는 천재였는데 일곱 살에는 평범해졌다고 나는 읽었다.
필자의 동생은 이 책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만들 수 있는 책이라 평했다. 필자 역시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의 저자가 가진 궁금함이 없다. 또 그것을 검색해서 책으로 만들 정성도 없다. 문제의식을 곧바로 실천으로 옮긴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일한 그대 즐겨라
"고려 사람들이 60일에 한 번씩 백야의 축제를 벌였던 그날은 육십갑자로 庚申日에 해당한다. 당시 도교에서는 이날 아무런 형체도 없이 사람 몸에서 기생하는 三尸蟲이라는 놈이 사람이 잠든 틈을 타 외출한다고 믿었다.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온 삼시충은 곧장 하늘로 올라가서 옥황상제를 만나다. 그리고 지난 60일 동안 자신이 숨어지냈던 몸의 주인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낱낱이 고해바친다. 그러면 옥황상제는 죄질에 따라 벌을 주는데, 그 벌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날 삼시충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아예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놀았으며, 이것을 庚申守夜라고 했다. 도교에서는 하늘이 내려준 사람의 수명을 120년으로 본다. 누구나 120년은 살 수 있지만 죄를 지으면 그 수명이 단축된다. 옥황상제가 어떻게 일일이 사람의 죄를 다 알겠는가? 그래서 옥황상제는 사람마다 삼시충이라는 놈을 심어놓고 60일에 한 번씩 보고를 받았다. 옥황상제는 죄질에 따라서 최하 3일, 최고 300일까지 그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켰다.(pp.69∼71) "
옥황상제의 본심은 "열심히 일한 그대, 두 달에 한번은 즐겨라! 빨리 죽고 싶으면 죽도록 일만하던가!"가 아니겠는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삼시충을 심어보면 어떨까? 두 달에 한 번 죄질에 따라 최하 3점에서 최고 300점까지 벌점을 주면서 말이다.
너무도 끈질긴 너무도 쉽게 잊혀지는
"전통이란 참으로 끈질기다. 도교적 전통에서 시작된 경신수야만 해도 고려를 고쳐 조선 영조 때까지 무려 6백 년가까이 이어졌다. 시작은 종교적 이유였지만 나중에는 온 백성이 즐기는 풍속이 되었다. 마치 그리스마스 이브에 기독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전통은 또 어느 순간 아예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6백여 년이나 계속된 경신수야의 전통이 사라진지 겨우 2백여 년이 지났지만 이젠 아무도 그 전통을 기억하지 않는다.(p.76)"
전통만 그럴까? 사람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너무도 끈질기게 남겨져 있다가 너무도 쉽게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