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

얘들아, 일주일 밖에 살 수 없다면 무엇을 할거니?

빈배93 2011. 6. 6. 20:52

수업시간이었다내가 뜬금없이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얘들아, 일주일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니?”

 

그러자 아이들은 즉시 대답을 하였다.

일단 학교에 안 오고, 여행을 갈 거에요.”

맛있는 거 먹을 거에요.”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어디로 여행 갈 거야?”

뭘 먹고 싶은데?”

 

아이들은 다시 대답하였다.

유럽으로 갈거에요.”

닭고기요.”

 

닭고기란 소리를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살 날이 일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닭고기 먹는 것이라니...

 

일단 닭고기는 접어두고 다시 물었다.

유럽에 왜 가고 싶은데?”

 

아이들이 대답하였다.

잘 갈 수 없는 곳이고, 멋진 곳이 많으니까요.”

 

아이들은 항상 공부 때문에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질문을 한 의도는 아이들에게 자유가 주어졌을 때,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함이었다.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전혀 다양하지 못했다. 여행먹기딱 두 가지로 한정된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행과 먹는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양성이 자유의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해볼 때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물론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늘상 자유를 외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진다. 자유는 우리가 생각한 만큼만 누릴 수 있다. 생각의 총량은 경험의 총량과 일치한다. 늘 가던 곳만 가는 사람이 안 가본 길을 가게 되면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안 가본 곳을 가고, 낯선 이들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가고 만나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최고이자 최선의 행위가 독서다. 독서에 대해서 우리는 한 스페인 작가의 말을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얘들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렴. 여행도 닭고기 먹는 것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잖아? 해외여행은 힘들겠지만 주말에 버스만 타면 어디든 다녀올 수 있잖아? 맛있는 음식 용돈 모아서 사먹고. 하고싶을 때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어.

 

못 가본 길을 걸어보렴. 그것이 여행이잖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렴. 그럼 너희들의 경험이 더 늘어나는 거야. 틈틈히 책을 읽으며 사고를 넓혀보렴. 그리고 생각해봐. 너희들은 생각한 만큼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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