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

교사가 솔선수범해서 청소를 해보았더니...

빈배93 2011. 7. 7. 05:00

청소와 팔레토법칙

 

담임업무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청소지도다.

청소지도를 하다보면, 여기에도 팔레토 법칙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20%의 아이들이 80%를 청소하고,

80%의 아이들이 20%를 청소하는.

청소를 열심히 하는 아이는 청소만 놓고 보았을 때,

청소를 대충 하는 아이보다 16배의 일을 더하는 것이다.

 

성가신 청소시간

 

누구는 하고 누구는 빠지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칭찬하고,

빠지려는 아이들에게 배려를 강조한다.

아이들이 귀찮아하는 만큼,

교사인 나도 청소시간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청소를 안해도 된다고 했더니.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아이들이 저렇게 싫어하는데, 그냥 놔둬 볼까?’

그리고 정말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 뒤의 일은 보지 않아도 뻔 한 일.

교실이 쓰레기장이 되어버렸다.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들 스스로 청소를 하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한참이 지나서야 몇 명의 아이들의 입에서 청소하자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더러워도 청소는 싫어.

 

물론 나머지 대다수는 끝내 침묵이었고,

내가 슬쩍 물어보면,

교실이 더러운 건 싫은데, 청소하지 않는 건 좋다.”는 말을 하였다.

물론 지금은 매일 청소를 한다.

경험적으로 아무리 더러워도 아이들은 청소하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반장과 둘이이서만 청소를 해보았더니.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그냥 나하고 반장 둘이서만 매일 청소를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실행에 옮겨보았다.

나는 은근히 아이들이 청소에 동참할 것을 기대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했건만,

나와 반장이 청소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도 접었다.

왜 그럴까?’하고 잠시 궁금했지만, 더 이상 고민하지는 않았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까?

 

그러다 요즘 읽고 있는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서 그럴듯한 해답을 찾았다.

솔선수범하는 담임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의 심리는 이러하다.

첫째, 많은 아이들이 담임과 반장이 청소하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분산되었다.

둘째, 다른 아이들이 다 돕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눈치를 보다 돕지 않게 되었다.

결국 청소를 도와 주지 않은 것은 아이들의 철없음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어른이라도 그렇게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 

 

[설득의 심리학]에 의하면 구경꾼은 결코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 한 명을 지목하면 그 사람이 100% 도와줄 일도,

불특정 대중의 일원이 되어버리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솔선수범은 도덕적으로 옳은 방법일지 몰라도,

심리학적으로는 글쎄다인 경우를 이렇게 확인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지목하라. 

 

어떤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파란 옷을 입은 안경 낀 분,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것이 상황의 애매모호함을 탈피하고,

다수의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청소에 대한 또 하나의 추억만 남기고.

 

학창시절 청소시간의 추억이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안겨주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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