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라이딩을 하며 바라본 불편한 해운대

빈배93 2011. 7. 29. 08:29

2년 전이던가? 분당에 사는 동서내 집에 다녀온 적이 있다. 부산 촌놈인 나는 깜짝 놀랐다. 주변에 어찌 그리 공원이 많고, 잘 꾸며져 있던지. '역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부산은 주택가 근처에 공원이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서울보다 오히려 더 매마른 도시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지하철 동래역 아래의 분수| 여름이면 유아용 수영장으로 인기가 대단한데, 물은 근처 지하철 공사중 발견된 지하수를 끌어다 쓰고 있다.

 

모처럼 해운대로 라이딩을 나섰다. 오늘의 코스는 '온천천 - 수영강 - 올림픽동산 - 해운대 해수욕장'이었다. 30도가 넘는 더위라 온천천은 한산하였다. 4Km 정도를 달려 지하철 동래역사 아래의 분수대에 도착하였다. 얼마 전에 큰놈 민민이가 수영을 하고 놀았다는 그곳이다. 오늘은 무슨 일인지 수영을 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몇몇 사람들이 발만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여하튼, 도시에서 돈 안내고 물놀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동래역 아래에 방목된 오리|20마리는 족히 넘을 듯한 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온천천은 소위 생태하천이라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아직도 물이 썩 맑지도 못하고, 심지어 유쾌하지 못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듣자니 몇 십년 전에는 악취가 너무 심해 코를 막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온천천에는 수달도 가끔 나타나고 숭어때가 뛰어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좌수영교 너머의 올림픽동산|근처에 살아도 어떤 곳인지 모를만큼 '숨은그림찾기'처럼 있다.

 

온천천을 지나 수영강을 달려 벡스코 근처까지 왔다. 슬슬 엉덩이가 아파와서 잠시 쉬어가려던 차, '올림픽 동산'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보였다. '올림픽 끝난지가 언젠데 무슨 올림픽공원이지?' 블로거 빈배가 지나칠 수 있으랴? 그래서 들어갔다.

 

|올림픽 동산 전경| '이스터 석상' 같은 것도 보이고 '생각하는 사람' 같은 조형물도 보인다.

 

입구로 들어서자, 상당히 괜찮은 공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조각작품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볼거리도 풍성하였다. 아마 이곳의 조각 작품들도 APEC 나루공원과 같이 조각 전시회가 끝나고서 이곳에 안착한 것으로 생각된다. 자전거를 끌고 공원을 걷다가, 공원을 관리하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인사도 하였다.

 

|김익성 작가의 '만晩'|노년의 남성이 벤치에 앉아 독서하는 모습과 후줄그레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조각작품들이 40점은 넘게 있는 듯 하였는데, 모처럼 문화생활을 한 것 같아 좋기는 하였다. 그런데, 좀 문제가 있었다. 내 눈으로 관리하시는 아주머니를 보았건만, '관리를 하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가보니 보도 블록 중간 중간에 잡초가 무성하였다.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작품아래에 있는 작품명과 작가명이 쓰여진 안내석이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묻혀 볼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분명 시민의 세금으로 거액을 들여서 조성한 공원일텐데, 이렇게 관리가 소홀하다니. 게다가 1시간을 가까이 머물렀건만, 쉬러온 사람을 딱 1명을 보았으니, 입지선정도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한다.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다| 덩쿨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였다. 역시 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이다.

 

전시물들을 다 보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출발하려는 찰나, 후두둑하며 소나기가 쏟아졌다. 난감했다. 마침 바로 앞에 덩쿨나무가 우거진 쉼터가 있어서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조각 작품들이 물에 젖어 짙은 색으로 변했다. 옛 속담에 '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이다'는 말이 있는데, 진짜로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쳤다.

 

|해운대 해수욕장|비치파라솔이 점령한 해수욕장. 난 비치 파라솔이 필요없는데.

 

부산에 산지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해운대 바닷물에 들어간 것은 10번도 안 되는 것 같다. 해변은 온통 파라솔 대여하는 아르바이트 생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파라솔을 꼭 대여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자리는 온통 파라솔이 점령해버려 울며 겨자먹기로 빌릴 수 없다는 것은 나의 불만사항이다. 자전거를 끌고 백사장까지 가기가 좀 뭐해서 멀리서 해수욕장의 풍경을 담았다. 혹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다가는 파렴치범으로 몰릴지도 모르고.ㅎㅎ. 총 라이딩 시간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