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사적공원] 일반인은 안용복 장군의 사당에서 참배할 수 없는가?
2011년 8월 5일(금). 모처럼 홀로 여행을 나섰습니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멀리 간 것은 아니고, 집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는 '수영사적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애초에는 해운대의 삼포길을 걸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갈아 타기 위해 내린 수영역사 내의 안내지도에서 '수영사적공원'이 눈에 들어오지 뭡니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공원이라서 더 호기심이 났습니다. 그래서 삼포길이 어디 갈 것도 아니고, 무작정 '수영사적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들이 많았거든요. '수영사적공원'과 관련해서 적어도 3∼4개의 포스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소재의 부족으로 인한 늘리기는 아니고요, 그만큼 볼거리와 생각할거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온천천변의 해바라기|매화가 봄의 표지라면 해바라기는 여름의 표지이다.
올 봄에 꽃 사진을 참으로 많이도 찍었습니다. 그 뒤로 꽃사진에 질렸다고 해야할까요? 거의 꽃 사진을 찍지를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던 길가에 해바라기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화가 기나긴 겨울의 끝을 알리는 표지라면, 해바라기는 뜨거운 여름의 지속을 알리는 표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해바라기가 저야 이 염천이 끝날테지요.(에구 더워::)
|수영역의 어방놀이 벽화|지하철 역사마다 이런 지역문화를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지하철 수영역사에는 어방놀이 벽화가 있습니다. 최근에 개통된 충렬사 역에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에 이런 다양한 문화적인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지하철 역사마다 각 지역의 문화를 드러내려는 일련의 시도는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안용복 장군 사당의 전경|도심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하였다.
수영역을 나와 300M 정도를 걸어가면 '수영사적공원'이 나옵니다. '수영팔도시장'을 지나서 가면 지루하지도 않고 좋습니다. 초행길이라 그런 것을 몰랐기에 어찌어찌하여 바로 안용복 장군의 사당에 먼저 이르렀습니다. 너무 크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고 딱 좋을 정도의 크기로 조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심 바로 옆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하여, 더 즐거웠습니다.
|안내 표지판|돌기둥 위에 올려진 안내판이 깔끔하다.
안용복 장군의 사당은 2001년 3월에 완공되었습니다. 매년 양력 4월 18일에 제향을 합니다. 건립된 지 10년 정도 되었으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관리가 잘 되어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안내표지판 역시 돌기둥 위에 조화롭게 올려져 있어 세련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장군의 사당 수강사守疆祠| 수강守疆이란 '우리의 강토를 지킨다'는 의미이다.
안용복 장군은 원래 장군이 아닙니다. 조선 숙종 때 동래부 수영사람으로 평범한 어부이자 수군이었습니다. 왜인들이 자꾸 울릉도와 죽도(독도)를 침범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에도막부로 부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내었습니다. 그 배포가 대단하지요? 후세 사람들이 그 업적을 기려서 장군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하긴, 하는 일 없이 탱자탱자거리는 사람도 줄을 잘서서 별을 달면 장군이라 부르는데, 안용복같은 분을 장군이라고 못 부를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 직위도 아니고 명예로 부르는 것이니 말입니다.
|안용복 장군상과 담판도(?)|기리는 뜻은 알겠으나 어민이자 수군이었던 안용복 장군에게 금칠은 어색하다.
그런데, 안용복 장군상의 금칠은 좀 아닌 듯 합니다. 어민이자 수군이었던 안용복 장군은 금칠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금같은 분인 것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금칠을 하니 오히려 더 거부감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일까요?
|안용복장군충혼탑|그의 충혼은 임금을 위한 충혼일까? 백성을 위한 충혼일까?
동상 맞은편에는 충혼탑이 있습니다. 이 충혼탑은 1967년에 건립되었습니다. 그런데 동상에도 탑에도 사당에도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일반인 출입금지|그러면 참배하기 위해서는 특별인이어야 하는가?
사당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바리케이트와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더군요. 그 아래 안내문이 가관이었습니다. "이곳은 울릉도와 독도 수호에 공이 많은 안용복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합니다. -CCTV 작동중-"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면 특별한 사람은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그리고 더 기분 나쁜 것은 'CCTV 작동중'이었습니다. 들어가면 어쩌겠다는 말인지? 관리의 어려움으로 출입을 금하는 것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관리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안내문의 내용이 방문객의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제가 너무 까탈스러운가요?)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평소에는 출입을 금합니다."정도로만 써 놓았어도 그리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당과 서원이 대부분 출입이 통제되어있습니다. 그런 곳마다 따로 방문객을 위한 담당자 한 명 쯤 배치해서 출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곳에 세금이 들어간다면 기꺼이 세금을 더 내어놓겠습니다^^. 아니라구요? 제가 오버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