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갈맷길 탐방]상현마을,장전2교,스포원파크,하정마을.

빈배93 2011. 8. 13. 06:00

큰 놈 민민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라이딩을 나섰습니다. 집사람은 비가 올까봐 걱정을 하였습니다.

 

"걱정마, 비가 오면 맞으면 되지.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이런 말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딱히 없었습니다. 그냥 기장쪽으로 가볼까하는 생각을 했었고, 결론적으로 기장에는 가지 못하였습니다. 늘 그랬듯이 자전거가 이끄는 대로 가서, 보이는 것을 보고 왔을 따름입니다.

 

자전거 판매점에 들러 속도계를 사려고 했습니다. 대략 35,000원을 예상하고 왔는데, 50,000원 짜리 밖에 없어서 결국은 사지 못하였습니다. 몇 일 뒤에 35,000원 정도의 속도계를 가져다 놓기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몇 Km를 달렸는지 알면 더 재미있는 라이딩이 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40분을 달려 선동 상현마을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멀리 회동저수지가 보였습니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한적해서 올 때마다 좋습니다.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니 회동저수지의 조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광각렌즈가 달린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옆으로 나오지 못한 풍경을 담을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전부터 '어떤 곳일까' 궁금했던 곳입니다.

 

문중의 제실같은데, '상현문화관'도 있고 '민족 예술의 전당'도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굳이 올라가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강릉 김씨 문중의 제실이었습니다. 관람이 가능하다는 표지판도 있어서 들아가 보았습니다.

 

상현당은 1907년에 지어졌고, 2008년에 개축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마무리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관람은 할 수 없지만, 머지 않아 상현마을의 훌륭한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자연만으로도 좋지만, 이렇게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물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현재 상현마을과 철마의 장전2교를 잇는 도로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겨울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었는데, 아직도 지지부진이었습니다. 비포장인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 어쩌면 내게 마지막 경험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엉덩이는 무지 아팠습니다.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철조망이 처져있습니다. 철조망 너머로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보였습니다. 아래쪽에 조그마한 굴도 보였고. 하지만 들어갈 수 없으니, 멀리서 바라만 보고 다시 출발을 하였습니다.

 

10m를 채 못갔는데 아름다운 경치가 또다시 펼쳐졌습니다. 그 때 갑자기 커다란 학 한마리가 눈 앞에서 날아올랐습니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어 찍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기랄 카메라가 가방 포켓에 걸려서 안빠지는 겁니다. 결국 저 멀리 바위 위에 앉은 손톱만큼 작아져버린 학을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전2교에서 금정체육공원까지의 길은 좁은 편도 2차선 도로를 탔습니다. 너무너무 위험한 길이라 조마조마 했습니다. 물론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타고 금정체육공원 앞의 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휴∼우! 다시는 그 길로는 가지 않을 셈입니다.

 

금정체육공원에서부터 상현마을까지의 길은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신천교에 이르러서 잠시 쉬었습니다. 무려 3시간을 쉬지 않고 탔더니 엉덩이가 죽겠다고 하더군요.

 

신천교 아래로 난 자전거 전용도로는 정말 멋졌습니다. 오로지 자전거만을 위한 길이 시원한 물길위로 뻗어 있는 광경은 말그대로 예술이었습니다.

 

갈맷길 안내도는 3∼6Km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적어도 1Km마다 하나씩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같은 길치는 잠시만 정신을 놓치면 길을 헤매거든요. 길을 헤매다 갈맷길 안내도를 발견하는 기쁨은, 갈맷길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겁니다.

 

상현마을로 가는 길은 양 옆으로 나무가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볕을 피하며 달릴 수 있습니다. 빗방울이 조금 비치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없었습니다.

 

상현마을에 거의 다 올 무렵, 멋진 길이 나옵니다. 양 옆으로 전지가 잘된 나무가 무슨 성벽처럼 늘어서 있는데,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습니다.

 

드디어 다시 상현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아까 내려올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벽화를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마치 봉래산의 선학같지 않습니까? 벽화가 그려진 이 집의 문패를 보니 무슨 공방이었습니다.

 

작년 겨울에 찾아왔던 하정마을로 일부러 길을 조금 둘러왔습니다. '황산이방 최연수 애휼역졸비'와 '수의상공 이만직 영세불망비'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기억이 흐릿해 모르고 지나쳤습니다. 다시 되돌아와서 결국에는 마주 대하고 보니, 작년에 만났던 친구를 다시 본 듯 하였습니다. 저도 이제 완전 여행블로거가 다 된 것 같습니다.

 

이 비석에 의하면 하정마을이 영남대로의 종착 노선인 '동래∼밀양' 구간의 소산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곳을 종착지로 삼아 다시 집으로 자전거를 돌렸습니다. 총 4시간을 탔고, 주행거리는 약 30km였습니다. 다음에 속도계를 사면 정확한 거리가 나오겠지요? 

 

여행일자: 20110. 08.10. / 기록일자: 20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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