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

내 아이의 이런 수련회 어떠십니까?

빈배93 2011. 8. 21. 06:00

매년 여름방학이면 학생들을 데리고 간부수련회를 떠납니다.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학교의 간부수련회 모토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 일이 태산이요,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장소 선정을 위해서 두 번의 출장을 다녀왔고, 최근 더욱 복잡해진 예산 신청 문제에다, 불참하겠다는 학생을 설득해야했고, 안내문에다, 학부모 동의서에다, 행정실에 제출할 각종 서류작성에다, 등등. 뭐 하여튼 그렇게 힘들게 준비한 간부수련회였습니다.

 

|숙소 영남알프스의 야경|이보다 더 괜찮은 곳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영남알프스 최고의 장점은 숙소가 바로 계곡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우리학교는 꼭 아이들을 물놀이를 시켜야합니다.ㅋ. 지난번 답사 때는 가물어서 수량이 적었는데, 다행이 몇 일 비가 와서 수량이 제법 많았습니다. 물도 너무너무 깨끗했구요. 12시가 다되어 숙소에 도착하고, 아이들은 방별로 직접 점심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준비를 잘 해온 아이들은 각종 요리를 만든다고 시끌벅적이었고, 라면을 끓여 먹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즐겁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얘들아! 저녁에 삼겹살 구워먹을 거니 너무 많이 먹지마."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 돌절구에 연꽃(?) 한 송이가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찰칵!

 

계곡에서는 혈전血戰, 아니 수전水戰이 벌어졌습니다. 아마 배내골 계곡물이 우리 아이들이 마신 것 때문에 줄었을 겁니다. 숨은그림찾기!(어딘가에 빈배가 있습니다. 찾아보세요.ㅎㅎ.) 이렇게 시원한 물에서 2시간(14:00∼16:00)을 놀았습니다. 춥더라구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숙소로 돌아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밖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몇몇 아직까지 물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과 선생님들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미 다 젖은 거, 비가 아무리 와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어떤 아이는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에 머리를 집어 넣더군요. "야 임마, 감기 든다. 빨리 샤워하러 가!" 그렇게 들여보냈습니다.

 

17시 30분. 드디어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초벌로 구워진 고기가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물놀이 후에 얼마나 배가 고픈지는 다들 아시죠?^^

 

아직 오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러 가던 중 아까 피었던 연꽃(?)이 봉오리를 다물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 새...

 

선생님들까지 근 100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는 광경, 볼 만 했습니다. 서빙을 하시는 분 보이시죠? 연변 사투리를 쓰시던데, 정말로 친절하시더군요. 불판 나르시다 몇 번이나 손을 데이셨는데,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진작에 배가 불러서 나가 떨어지고 아이들도 밥과 된장찌게가 나오기도 전에 하나 둘 항복을 하고 일어섰습니다. 그래서 제가 막았습니다. "밥도 다 먹고가. 음식 남기면 죄받는다." 저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숙소에 불이 밝혀져 있더군요. 아! 이쁘다. 그래서 바로 찰칵. 아마 이번 수련회기간 중 최고로 좋은 사진이지 싶습니다.

 

밥먹고 바로 노래방으로 간 아이들은 또다시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갔습니다. 무슨 수련회가 이렇냐구요? 함께 식사준비하고, 함께 물놀이하고, 함께 고기 굽고, 함께 노래하고. 이렇게 충만히 '함께'를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수련활동이 어디있나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나질 못합니다. 깨워놓았더니 온 몸이 쑤신다고 합니다. ㅎㅎ.

 

'어라! 어제 본 그 연꽃이 어디갔지? 고양이가 물어갔나? 아이들이 끊어갔는가? 밤새 비바람에 꺽여버렸나?' 어제 두 컷의 사진을 찍어 정이 들었기에 서운하였습니다.

 

 

사전 답사 왔을 때는 몰랐는데, 물레방아에 이끼가 짙게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또 찰칵!

 

다시 연꽃을 찾아보았더니 저렇게 밤새 비바람에 누워버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설 수 있으려나?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골아 떨어졌습니다. 얘들아, 남은 방학 잘 지내라!

여행일자: 2011.08.11∼12. / 작성일자: 20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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