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 읽고도 기억나는 게 없다
『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 이원복, 김영사, 2010.
책을 살 때면 항상 이렇게 자문을 하곤 한다. ‘내 아이가 나중에 읽어볼만한 책인가?’ 그러고 나면 구입해야만 하는 책이 확 준다. 책을 사는데 이런 자가 검열을 하는 이유는 뭘까? 경제적 이유도 한 몫을 하겠지만, 그 이전에 보관의 문제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현재 1,000권 남짓한 나의 책과, 3,4백 권을 헤아리는 아이들의 책이 있다. 책장이 10개가 있는데, 모두 수용이 안 된다. 할 수 없이 내 책들이 박스에 쌓여서 창고로 들어가야만 했다. 책장에 꽂아 두면 그나마 한 번이라도 빼볼 가능성이 남지만, 창고로 들어가면 그 책의 생명은 꺼진 것이나 다름없어 안타깝다.
최근 자가 검열 끝에 구입한 책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전집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읽었고, 작년에도 또 읽었다. ‘이원복’이라는 이름만 보이면 그게 무슨 책이던 꼭 읽어왔다. ‘이원복’은 내게 명품 브렌드이다. 며칠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그의 또다른 책을 발견하였다. 책 표지에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 완결 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가 그것이다.
300쪽 남짓한 이 책을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쉽게 읽었다. 또 이전에 본 『먼나라 이웃나라』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더 쉽게 읽었다. 목차를 보면 이 책이 『먼나라 이웃나라』의 요약본이자 외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43개의 유럽 국가들의 역사에 대한 요약적 제시. 그게 이 책이다.
당연히 이 책은 요약본의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영국의 역사를 10페이지의 만화로 그릴 수 있을까? 이원복도 불가능하다는 말을 책 속에서 여러 번 하고 있다. 어쨌건 이원복은 10페이지로 그려내었다. 문제는 책을 읽는 독자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이원복 최악의 졸작’이라고 평가한다. 이건 책을 내지 않느니만 못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초등학교 시절에 ‘치크’라는 손바닥만 한 미니 학습서가 있었다. 꼭 그런 책으로 시험공부를 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있기는 하다.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동부유럽과 남부유럽의 신생국가와 초미니 국가의 역사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덮은 지금 무엇을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의 인구가 900명이라는 것 밖에는. 다시 읽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