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박차정 의사 생가, 아직도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독립운동가의 씁쓸한 유허

빈배93 2011. 11. 14. 01:06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가을녘의 온천천에는 꽃 대신 갈대가 주인공입니다. 가을과 황혼과 갈대가 함께 공유하는 심상은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하루 중 갈대가 가장 애잔하게 보일 때는 해질 무렵입니다. 부산시 동래구 명륜로 98번 길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박차정朴次貞 의사義士'의 생가를 찾았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안내 표지판만 늘 보아왔던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 온천천변에 핀 갈대

 

    박차정 의사는 1910년 5월 8일에 동래에서 태어났습니다.1929년, 그러니까 20살 때부터 항일운동을 주도하였고, 옥고를 치르었다고 합니다. 1930년 이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곤륜관전투라는 항일무장 전투에 직접 참전도 하였다고 합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34세의 나이로 순국하셨습니다.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고, 생가는 2005년 7월에 복원, 개방되었다고 합니다.

 

  

△ 박차정 의사 생가로 들어가는 진입로. 뭐냐.

 

    대로변에서 생가는 가까이 있습니다. 허름한 담벼락에 붙은 화살표를 단 안내문이 마치 사후에 그녀가 받은 대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케 합니다. 모든 것을 바치고도 50년이나 방치된 그녀. 그렇게 지어지고도 방문객의 발길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생가. 생가에는 결국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굳게 걸린 자물쇠가 비록 복원했다고 하나 그녀의 숨결을 담은 생가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담장 너머로 개 두마리가 낯선 객에게 짖었고, 그 객은 아쉬운 마음에 몇 장 사진을 찍고, 대책 없는 다음을 기약하였습니다.      

 

△ 2005년에 복원된 박차정 의사 생가의 정문

 

△ 안내판

 

△ 담장 너머로 보이는 생가. 나무가 가리고 있어 건물의 모습 조차 완전히 볼 수 없다.

 

△ 빈집을 지키는 개 두마리만 짖어 대었다

 

△ 생가 뒷편의 복천동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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