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누군가를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아이로 자라기를

빈배93 2011. 12. 3. 06:00

    민민아, 우야! 아빠가 감동 깊게 읽은 책이 있어. 박석무 선생님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인데,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그 자식들에 쓴 편지를 모아서 번역한 책이야. 아빠가 그게 굉장히 멋져보였거든. 그래서 요즘 그거 따라한다고 너희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게 된다. 오늘은 아빠가 고사성어 하나를 이야기 해줄께. 『맹자』라는 책에 나오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이야기인데. 들어봐.

 

    맹자가 이런 말을 했데 "어떤 사람은 백 보를 달아나서 멈추고, 어떤 사람은 오십 보를 달아난 뒤에 멈추고서는, 오십 보 달아난 사람이 백 보를 달아난 사람을 비웃는다면 어떻습니까?" 그 말을 듣고 왕이 이렇게 말했데. "말도 안 되지요. 오십 보 달아난 것은 다만 백 보를 달아난 것이 아닐 뿐이지, 그 역시 도망간 것이 아닙니까?"

 

    몇 일 전, 출근길에 아빠가 심통이 났단다. 아빠가 "누구누구는 그게 문제야."라고 말을 했더니, 엄마가 아빠도 그렇다고 말하지 뭐야. 그래서 아빠가 엄마한테 짜증을 내었지. 아침부터 짜증을 내고 보니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 그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엄마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아빠도 어떤 부분들에 있어선 안 좋은 점들이 분명히 있고, 누군가 역시 아빠 그런 점을 비난하고 있을 건데 말이야.

 

    말 그대로 오십보백보인거지. 아빠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본들, 흠이 없을 수는 없잖아. 아빠가 비난했던 어떤 어른 역시 잘 하거나 잘 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을테고. 그런데 아빠의 마음 속에는 "나는 잘 하고 있고, 거의 잘 하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사는거야?"라는 자만심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거지. 할머니가 아빠에게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 "항상 겸손하게 행동해라."는 말씀이야. 그 말씀을 늘 귓등으로만 들은거지. 

 

    이래저래 체면이 말이 아니었어. 체면이 말이 아니란건, 아빠의 행실이 그만큼 좋지 못했다는 거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아. 그 날 이후로 아빠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아니, 말 자체를 줄이려고 해. 왜냐하면 말이 많으면 흠이 생기게 마련이거든. 

 

    넓게 보면 사람 사는 게 오십보백보야.(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야.) 그 말을 남을 비난하지 않기 위한 도구로 삼는다면, 우리 우야와 민민이에게도 좋은 보약이 되지 않을까? 아빠가 부끄럽다. 이제부턴 누구를 비난하기 전에 아빠의 행실부터 잘 살펴보려구. 그리고 태클 걸었다고 엄마를 미워하지도 않을거야.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아야 너희들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겠니. 자습 감독한다고 아빠가 오늘도 또 늦을 거야. 아빠가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너희 둘은 꿈나라에 가 있으니……. 엄마 말씀 잘 듣고 잘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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