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아빠랑 함께 답사 여행을 해보지 않겠니?

빈배93 2011. 12. 5. 06:00

    민민아, 우야! 오늘은 아빠가 너희들에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엄마는 아빠만 보면 늘 해외여행을 한 번 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하기야 신혼여행으로 싱가폴을 간 이후로 너희 둘을 키우느라 어디 한 번 마음내키는대로 여행을 다녀 오질 못했으니……. 그런데 꼭 해외 여행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빠가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엄마한테는 절대 그런 표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어쩜 엄마는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너희들을 데리고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싶단다. 물론 너무 의미를 찾다보면 그게 오히려 여행의 재미를 빼앗아 갈 수도 있겠지만, 오로지 먹고 노는 여행보다는 하나라도 마음 속에 뭔가를 담아올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니? 아빠가 아는 한 그런 여행이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문화 유산과 함께 하는 답사여행이란다. 

 

    너희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답사여행을 떠났으면 해. 물론 아빠가 공부 많이 해서 너희들에게 훌륭한 문화유산 해설사 노릇을 해보려구 해. 요즘 아이들이 철이 일찍들어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벌써 부모와 함께 다니지 않으려 한다더라구.  그런 철은 조금 늦게 들어도 될 것 같은데, 어떠니? 물론 너희들이 손사래를 치며 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너희들이 또 언제가느냐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해야겠지?

 

    요즘 아빠가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을 읽고 있어. 아빠가 대학교 1학년 때 읽은 책인데, 18년만에 또 다시 읽는거야. 책은 같은 책인데, 아빠가 가지는 느낌은 또 다르네. 하도 오래 전이라 그 당시에 가졌던 느낌이 어땠는지는 희미하지만 말이야.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어서 아빠가 밑줄을 쫙 그어놨어. 무슨 내용인지 일러줄께!

 

"답사를 다니는 일은 길을 떠나 내력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이다. 찾아가서 인간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 옛날의 영광과 상처를 되새기고 나아가서 오늘의 나를 되물으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그 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답사를 올바로 가치있게 하자면, 그 땅의 성격, 즉 자연지리를 알아야 하고, 그 땅의 역사, 즉 역사지리를 알아야 하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내용, 즉 인문지리를 알아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답사는 곧 '문화지리'라는 성격을 갖는다."(95쪽) 

 

 

    자연지리, 역사지리, 인문지리, 문화지리. 말이 참 어렵지. 그걸 아빠가 다 공부해서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 물론 너무 많이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럼 너희들의 머리에 쥐가 내릴지도 모르니까. 너희들과의 대화 속에서, 너희들도 모르게 그런 이야기를 녹여내야겠는데, 아빠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직 너희들이 초등학생이 되려면 시간이 꽤 남아 있으니,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길이 보이겠지?

 

    그렇게 몇 군데 문화유적을 보고 숲 속에 위치한 숙소에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상쾌한 아침 산책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어. 내년부터 전면 주 5일제 수업을 하거든. 우리 가족들 마음만 맞으면 매주 그렇게 답사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 뭐 너무 피곤하면 격주로 가던가^^ 그래서 이땅에 사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가르치면서 는다고 하잖아. 덕분에 아빠는 더 많이 배웠으면 좋겠구. 참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끔 모시고 가자. 너희들 돌보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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