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나의 안동 여행기] 부산∼하회마을 입구

빈배93 2012. 1. 8. 10:2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 방학이 되면 홀로 떠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서까지 어디로 갈 지를 정하지 못했다. 일단 노포동에 있는 부산종합버스터미널로 간다. 그리고 버스표를 끊기 직전에야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에 가기로 마음 먹는다. 결론적으로 도산서원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안동까지 버스비는 15,300원. 버스를 타본적이 언제였더라. 옛날 버스비만 생각하고 있다가 "뭐가 이렇게 비싸지?"라고 잠시 의아했지만, 기름값 생각하면 절대 비싼 것은 아니다.

 

버스가 양산 어디 쯤을 달린다. 너른 벌판을 본다. 이제야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 든다. 새로 산 카메라로 어떤 사진이 얻어질까? 여행이 끝난 지금의 결론은, 카메라 기종과 사진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

 

2시간 남짓한 시간만에 안동 터미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터미널 입구에 새워진 마패를 이용한 조형물의 의미는 뭘까? 짐작컨대, 오늘날의 터미널이 옛날 관리에게 말을 빌려주던 역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 아닐까. 좌우지간 무지 춥다. 버스 안의 들은 뉴스에에 의하면 올겨울 최고 한파였다. 여행 날짜도 잘 정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고 식구들도 그런 말을 했다.ㅋ.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10번 정도 밖에 없다. 자가용을 갖고 오지 않은걸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도시가 아닌 곳을 자가용 없이 여행하려면 엄청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안동 곳곳에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말이 있다. 퇴계로부터 시작되는 주류 성리학자들의 고향이라 그럴 것이다. 부산이 '한국 해양 수도'임을 표방하는 것이나 안동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표방하는 것은 비슷한 이유에서 온 것이다. 저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된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든 제 고장의 정체성을 전국가적인 것으로 확대시키기 위한 몸부림. 그게 아닐까? 하지만 부산도 안동도 각기 수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냥 한낱 몸부림일 뿐이다.

 

버스 출발 시간이 1시간 쯤 남았다. 마침 점심 때도 되었고,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어 버스정류장 앞의 기사식당으로 갔다. 들어가기 전부터 고등어 정식으로 마음을 먹었다.

 

기사식당에 가서 실패할 확률은 크게 없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 7,000원 대비 그리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무엇보다 '시장이 반찬'이었다.

 

드디어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지 무려 4시간만이었다. 매표소에서 하회마을 입구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버스가 운행되는데, 타지 않고 걸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매표소에서 하회마을 입구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하나는 버스길을 따라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오솔길을 따라서 가는 길이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다. 오솔길 옆으로 흘러가는 낙동강과 함께 걸었다. 오솔길에는 하회마을과 관련된 설화 3편이 안내판에 소개되어있다. 노승을 도와주고 당대 발복을 선택한 안씨부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당장 먹고 살 방편을 마련하는 것이 민중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란 진실을 드러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 곳이 안씨부부의 땅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강 너머로 꽤나 넓은 땅이 보인다. 사행천이라는 것이 물길이 워낙 자주 바뀌는 것이니 정말로 넓은 들판이었을 수도 있겠다.

 

저 멀리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선 전시관이 보이고 드디어 1차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

 

경주 양동마을과 셋트메뉴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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