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

재미있게라도 공부하게 도와주자

빈배93 2012. 1. 19. 06:00

# 1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하는 나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 15분]에서 '이범'이란 분의 강연을 시청했다.

이범 선생은 서울시 교육청 자문위원이다.

거기서 우리 교육과 관련된 통계자료를 봤다.

 

OECD 국가 중 학업성취도 1∼2위.

OECD 국가 중 공부시간 1위.

OECD 국가 중 학습흥미도 뒤에서 1∼2위.

 

결론은 이거였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하는 나라.

그래서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학생이 최고 많은 나라.

 

OECD국가와 비교한 교육통계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감탄한 것은 이범 선생의 시니컬하고도 정확한 결론이었다. 

 

# 2  부부가 함께하는 산책은 대화의 시간

 

나는 한문선생, 집사람은 수학선생이다.

둘다 같은 인문계 여고에 근무한다.

그럼에도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별로 한 기억이 없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봐줄테니 산책하고 오라는 말씀에 온천천을 산책했다.

모처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3  수학교사인 집사람의 마음을 흔든 말들

 

"집사람, 나는 우리 아이들 학원 안 보냈으면 좋겠어."

"내가 아이들 먼저 키운 선생님들에게 들은 것 중에 공감이 가는 말이 있었어."

"뭔데?"

"땡땡 선생님은 학원 안보내고 키웠는데, 다시 키운다면 보낼거래.

성적이 낮으니까 아이들 자존감이 낮아지더래.

또 공부 쫌 하는 학생이 이런 말을 하던데 그말도 공감이 되더라구.

'선생님,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영어든 수학이든 한과목은 완전 마스터 해놓아야 오히려 편해요.

마스터한 과목은 아주 조금만 관리하고 나머지 과목만 열심히 하면 되거든요.

전부 다 하려면 힘들어요.'"

 

# 4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장기적으로 보내려는 집사람

 

듣고보니 그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싶었다.

학원 의존증에 걸리게 하고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하지만 성적으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싶지도 않다.

성적이 낮아서 자존감이 상하지 않게 키우면 되지 않겠는가 싶어도, 그게 말같이 쉬운 일도 아니고.

집사람은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에 보낼 생각이란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부부가 교사이지만 해결책이 속시원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결국은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로 화살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처지에 학부모 상담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도 하다.

 

# 5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내 아이의 교육문제로 고민해보니, 또 다른 시각에서 고민하게 된다.

"총각 선생도 좋고 처녀 선생도 좋지만, 아이 키워본 선생만 못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이제서야 실감나게 와닿는다.

칼로 무우 자르듯이 딱 끊어지는 것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완전한 해결 방안은 애초에 없다.

그냥 고민하고 실천하고, 또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만이 있을 뿐.

 

# 6  재미있게라도 공부하게 도와주자

 

"세상에서 가장 재미 없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 하는 나라."

 

이 말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우리 교육을 이렇게 바꾸어보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공부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 하는 나라."

 

이렇게만 된다면 아이들도 할만하지 않을까?

내 아이들, 적어도 공부가 재미있게 인식되게 도와줄테다.

내 제자들, 적어도 내 시간만큼은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주어야겠다.

그 조차 막막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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