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본래부터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소유』, 법정, 범우사, 2002.

 

결국 『무소유』를 소유하다!

 

    2010년 3월 11일 법정스님이 입적하시자 『무소유』를 두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더 이상 출판을 하지 말라는 유언에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한 소란이었다. 당시 헌 책의 가격이 정가를 넘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도 『무소유』를 읽기만 했지, 사두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했었다. 타고난 천성이 게으른지라 『무소유』의 소란에 동참하지는 않았고, 그리고 잊고 지냈다.

 

    얼마 전 우연히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무소유』를 보게 되었다. 집어 들고 보니 책값도 2,900원. ‘땡잡았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무소유』가 나의 소유가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한 말로 나의 소유욕에 대한 위안을 삼아본다.

 

 

감상문 쓰기의 어려움이여!

 

    159페이지 밖에 안 되는 이 책을 읽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감상문을 쓰기 위해 그 서너 배의 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틀을 꼬박 고민하고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아니 쓰긴 썼다. 하지만 모조리 컴퓨터의 쓰레기통 속으로 쳐 박았다. 누가 뭐라 하건 내 마음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부터 나의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나의 것이라는 것도 인연에 의해 내게 잠시 머무르는 것일 뿐이다. 이 말은 이 책을 관류하고 있는 법정의 정신이다. 나는 이 말씀을 마음으로 읽지 못하고 머리로만 읽었다. 그러니 여태 무소유에 대한 멋진 감상문을 소유하려고 번뇌하고 있다. ‘이 고통스러운 짓을 왜 하고 있는가’하는 회의는 블로그를 왜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로까지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 내 글 한 줄을 소유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일상의 깊어짐을 위한 글쓰기

 

    나는 왜 글을 써야만 하는가?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깊어짐을 위해서.(41)” 그래 그것이다. 나날이 반복되는 일상의 깊어짐! 그것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 1년을 넘게 써온 글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이 시간들이 내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는 좋은 시간이라는 것을 믿고 싶다. 나는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이 되기를 소망한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

 

    「무소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법정스님이 난초를 키우셨다. 그 난초를 보살피며 스스로의 집착을 보았다. 결국은 말 없는 친구 품에 안겨 주었다. 이로 인해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의미를 터득했다.

 

    「설해목雪害木」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집안에서 내놓은 골칫거리 아이가 있었다. 아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잘 아는 스님에게 아이를 보낸다. 스님은 말없이 밥을 지어주고 발씻을 따뜻한 물을 떠준다. 아무런 훈계 없이 보살펴주는 스님의 무언의 가르침에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탁상 시계 이야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법정스님의 방에 도둑이 들어 탁상시계를 잃어버렸다. 법정스님은 시계 가게에서 잃어버린 탁상시계를 가진 도둑을 만난다. 그 도둑에게 1,000원을 주고 다시 시계를 사서 돌아온다.

 

    「본래무일물」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외딴 암자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쌀을 한 가마 훔쳐내 가마에 실었는데, 무거워서 일어서질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노스님이 도둑이 일어서게 도와주며 말한다.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게.” 그 뒤 도둑은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위의 이야기들은 법정이 직접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꽤나 흔한데,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법정이 몸소 행했거나 행하려 했던 일이라고 독자가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밖에도 『어린왕자』를 스무 번이나 읽었고, 『어린왕자』에 대한 감상으로 사람을 재는 자로 삼았다고 서술한 「영혼의 모음-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도 제삼제사 다시 읽고픈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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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저자

법정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04-05-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생의 참 진리를 전하는 법정 스님의 대표작! 지나치게 소유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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