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현명한 고기잡이 노인, 삶의 목적을 잊지 말라!

빈배93 2012. 2. 19. 06:30
하인리 뵐의 '느림 예찬'

 

   어느 조용하고 아늑한 어촌마을의 아침이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바닷가의 모래밭에서 한 고기잡이 노인이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 휴양을 온 한 관광객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이 노인이 잠자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이 젊은이는 사진을 찰칵, 찰칵 찍어댔다. 그런데 그 소리에 그만 이 고기잡이 노인이 잠을 깨고 말았다.

 

   "그 뉘시오?"

   "아이쿠, 죄송합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이온데 할아버지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아서 그만… 죄송합니다."

   "……."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으세요? 해가 벌써 저만치…."

   "이미 새벽에 다녀왔구먼."

   "아, 그러세요? …그러면 또 한 번 더 다녀오셔도 되겠네요?"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 뭐하게?"

   "…참, 할아버지도. 그러면 저 낡은 거룻배를 새 걸로 바꾸실 수 있잖아요?"

   "그래, 가지고선?"

   "그 다음에는 새 거룻배로 고기를 잡으시면 훨씬 발리, 한결 많이…."

   "음… 그 다음에는?"

   "그야 당연히 크고 좋은 배를 몇 척 더 사시고, 사람도 많이 부리고… 그러면 뭉칫돈 버는 것은 시간문제 아니겠어요?"

   "옳거니, 그래서는?"

   "그 다음에야… 이 마을에 생선 가공공장도 세워, 싱싱한 통조림도…."

   "흠… 그리고 나서는?"

   "그때는 별 일도 않고 가만히 누워 그저 편하게 지내실 수 있지요."

   이 말에 고기잡이 노인은 대답했다.

   "지금 내가 바로 그렇게 지내고 있네."

   "……."

<출처: 『상상+ 블로그』84쪽>

 

# 1. 노동의 목적을 생각하지 못하는 젊은이

 

   먹고 살기 위해서 돈을 번다. 옳다. 먹고 살만한 데,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더 벌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해서 내팽겨쳐진 인생과 가족이 삶을 직시하게 된다면? 불안정한 미래가 주는 공포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있을지도 모를 불행에 대한 공포 때문에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다. 무조건 달리지만 말고, 어디로 달리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씩 자신과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 2. 돈의 노예를 넘어서 돈의 주인이 된 고기잡이 노인

 

   멋과 여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문득 드는 의문이 있다. '저 사람이 내 나이였을 때도 저렇게 멋과 여유가 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내가 저 사람의 나이가 되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그리곤 틀림없이 그리 될거라 다짐한다.)

 

 

# 3. 사람을 생각하게 해주는 문답법

   

   소크라테스가 즐겨 썼다는 문답법. 생각에 생각을 이어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그 문답법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묻고 답한다는 것. 대단히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직접 써먹어야 할 때에 써먹은 일이 별로 없다. 생각이 안 난다. 손바닥에 써놓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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