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숲의 거인과의 대화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콜린 맥노튼 글·그림, 전효선 옮김, 시공사, 2011.
자연 중심의 환경관으로의 전환
'환경에 대한 논의'가 상식이 된 세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논의'만 상식이 되었지, '환경' 그 자체에 대해선 몰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4대강 공사가 그렇다. 무조건 파헤치는 것이 환경을 위한 것인가? 그 예산을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시설을 확충한다던지, 오염의 주범들을 단속하는데 쓴다면, 500년도 넘게 예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국토의 구석구석 '환경'을 위한답시고 공사판이 벌여져 있다. 누구를 위한 '환경'인가? '인간 중심의 환경'으로는 공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환경에 관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 중심의 환경'으로 인식을 전환해야만, 환경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어도 될만한 이야기
5살 된 큰아이의 책을 읽어주다보면, 상당히 괜찮은 것들을 종종 보게 된다.(그래서 책을 즐기지 않는 집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책읽어주기는 언제나 내 차지이다.) 시공사의 세계 걸작 그림책 시리즈 9권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아마존 밀림에 사는 '숲의 거인'과 원시 부족 꼬마와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여기서 숲의 거인은 '숲의 정령' 혹은 '숲'이 의인화 된 존재이고, 원시 부족 소년은 숲의 거인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존재이자,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이이기도 하다.) 일단 재미있고, 작가 콜린 맥노튼의 환경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어도 될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위트와 성찰이 돋보이는 콜린 맥노튼
'숲의 거인'의 많은 대사들은 상당히 위트 넘치고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다 말을 할 줄 안단다. 다만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뿐이지."라던가, "어라? 이거 정말 묘한 일이네! 옛날에 내가 네 나이였을 때, 사실 나도 아홉 살이었거든!"이라던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원이라는 것이 우리 거인들에겐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와 같은 대사들. 작가 콜린 맥노튼은 영국사람으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한다. 그의 작가적 능력은 어려운 소설보다 간결하고 쉬운 이런 동화들이 오히려 더 괜찮은 표현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숲에서 게으름부리는 즐거움. 인간의 근시안적인 행태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 이 둘을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환경'에 대해 둘러보게 된다.
아빠, 우리나라에도 숲의 거인이 살아요?
이 책을 10번도 더 읽은 큰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우리나라에도 숲의 거인이 살아요?" 나는 망설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숲을 점점 잘 가꾸고 있으니, 어쩌면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대답은 했다. 과연 우리나라에 숲의 거인이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