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鷄鳴狗盜 1화
전국시대戰國時代 설薛 땅에 제나라 왕족인 맹상군孟嘗君 田文이란 사람이 있었다. 맹상군은 온 힘을 다하여 선정을 베풀면서, 천하의 인재를 모시는데 조금도 재산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맹상군에게 의탁한 식객食客은 3,000명을 헤아렸다. 식객들은 각 분야에 있어 내놓으라는 전문가들이었다. 간혹 도둑질이나 성대모사 같은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는데, 맹상군을 다른 식객들과 똑같이 후하게 대해주었다. 그런 남편이 너무 과하다 싶었는지 투정 아닌 투정을 늘어놓았다.
“여보,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이라도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요? 3000이나 되는 식객들에게 그리 베푸시니, 곳간에 쥐들도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맹상군을 껄껄 웃으며 아내에게 말한다.
“부인 걱정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재물이란 불 한 번만 나면 다 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요, 땅이란 한 번의 전란으로 이웃 나라의 것이 되는 것이오. 꼭 쥐고 있어본들 언제까지나 내 것일 수 없단 말이오. 두고 보시오. 저 식객들이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들에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가장 훌륭한 재산이 될 것이오.”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에휴∼. 못 말려요. 하인들이 식객들 식사는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 지 가봐야겠네요.”
어느 날이었다. 진나라의 소양왕이 맹상군을 제상으로 초빙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맹상군을 고민 끝에 총애하는 식객들을 불렀다.
“진나라의 소양왕이 네게 제안을 해왔소. 자기 나라의 제상으로 모시겠다는 것이오. 그런데 제나라 사람으로서 진나라의 제상이 된다는 것이…….”
재사才士로 이름난 선비가 일어나 말했다.
“거절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상 직을 제대로 못하면 혈통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요, 재상 직을 잘 수행하신다면, 진나라의 힘이 강해지고, 그 결과 이웃에 있는 우리 제나라가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선비가 일어나 말했다.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닙니다. 맹상군께서는 훌륭한 인재를 많이 두고 계시고, 그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진나라의 재상이 된다면, 그 소임을 잘 수행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국정 전반을 지휘하시는 것 제상으로 계시면, 오히려 조용히 제나라에 피해가 가지 않게 일을 처결하실 수도 있습니다.
고민 끝에 맹상군은 그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이웃나라 재상이 되는 위험함보다는 그간의 공부와 자신이 거느린 인재들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픈 욕망이 더 컸다. 논의 끝에 함께 갈 식객 5명을 결정했다. 다음 날 진나라로 출발하기 위에 일행들이 말에 올라탔을 때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맹상군이 내려다보니, 도둑질을 잘하는 식객과 성대모사를 잘하는 식객이었다.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꼭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맹상군과 함께 가는 재사才士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내 깟 것들의 재주로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썩 물렀거라.”
“아닙니다요. 맹상군과 함께 가시는 분들 중 세 분은 선비이고, 두 분은 무사입니다. 저희 같이 험한 일을 해줄 미천한 사람도 둘 쯤 따라붙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맹상군을 흔쾌히 동행을 허락하고 길을 나선다.
재사가 성대모사 잘하는 식객에게 씩 웃으며 말을 한다.
“그럼 가는 길 심심하지 않게 어디 한 번 네 재주를 보자꾸나.”
“멍멍. 꼬끼오. 음머. 으르렁. 찍찍…….”
“허허. 그 놈 입안에 동물이 수십 마리가 들어있구나.”
맹상군과 함께 나선 식객들이 모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