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왜 사진질이야?"
홈플러스의 '동래온정기념비東萊溫井記念碑'
모처럼 집사람으로부터 자유시간을 명받았습니다. 기분 좋게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매번 어딜갈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집 근처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온천장에 위치한 홈플러스를 지나치다 '동래온정기념비東萊溫井記念碑'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장보러 다니며 수십 번도 더 본 조형물인데도 그냥 단순한 장식물로만 알았습니다. 비문을 쓴 사람은 제가 좀 아는 사람인데요, 퇴임하신 경성대 한문학과 김무조 교수님입니다.(제가 한문학을 전공했거든요.) 안쪽에 온천장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비석이 숨어있는지 몰랐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는 것은 예리한 눈을 하나 더 달고 다니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 '동래온정기념비東萊溫井記念碑': 조형물의 안쪽 벽에 검은 대리석이 있는데, 그 대리석이 '동래온정기념비東萊溫井記念碑'이다.
△ '동래온정기념비東萊溫井記念碑'의 비문
△ 금정산金井山 금강사金剛寺의 일주문 현판
처음 발을 디딘 금정산 금강사
발걸음을 금강공원으로 옮기다가 우연히 한 사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금정산金井山 금강사金剛寺'였습니다. 언제 지어진 절인지 알 수는 없으나, 무슨 유물이 있다거나 그런 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번 지나치기만 하던 차에 여기도 들어가보자 싶었습니다.
△ 일주문에 그려진 벽화: 코끼리가 작은 거야, 보살님이 큰거야?
△ 일붕一鵬 서경보徐京保 선시비禪詩碑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왼편에 선시비禪詩碑가 하나 있습니다. 해석을 읽어도 '그림자 없는 나무'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세세히 절을 구경해 나갔습니다.
△ 대웅전 아래에 걸린 연등
연등 사진을 찍고, 액정을 통해 확인을 했습니다. 'Good!'이란 감탄을 삼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역시 들어와 보길 잘했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 대웅전의 문살
절에서 왜 사진질이야?
대웅전에 이르러서 그 문살의 문양을 보고 우리 불교 예술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사진으로 담을까 고민하며 렌즈의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문제의 아주머니가 인상을 구기고 지나가시며 한마디 툭 던집니다.
"절에서 뭔 사진을 찍는다고?"
제 귀에는 "절에서 왜 사진질이냐"는 말로 들렸습니다. 순간 불쾌한 마음에 '아주머니 사진찍는 게 뭐가 잘못되었습니까'하고 한마디 하려다 그만 두었습니다. 연세를 보아하니 어머니 뻘은 되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리곤 완전 빈정이 상해서 절을 나와버렸습니다. 사진 찍다보면 이런 일이 다반사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처음이라서…….
아주머니!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우리 불교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 불교 유산의 예술적인 가치를 아주 높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절에는 무서워서 다시 오기 싫어졌어요. 혹시 아주머니 나타나실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