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해양 디자인전 관람기
'해양 디자인전'을 관람하다
절에서 빈정이 상하고,(관련 포스팅: 절에서 왜 사진질이야?)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금강공원 안에 있는 부산해양자연사 박물관으로 제 발걸음이 옮겨졌습니다. '아! 맞다. 또 무슨 전시회를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확인해보니 '해양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디자인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대가 되었습니다.(무슨 관심 영역이 이리 자꾸만 넓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르네상스형 지식인이 되는 그날 까지 쭈욱 넓혀가려구요.)
여담입니다만, 제가 사는 곳 근처에 복천박물관과 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습니다. 두 박물관에서는 계속 새로운 전시회가 열립니다. 그냥 갈 때가 없을 때 스윽 걸어가서 보는 일이 잦은데, 이거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에 대한 투자, 별거 있습니까? 박물관을 곳곳에 짓고 꾸준히 무료 전시회 열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해양 디자인전 안내 포스터
돌고 돌고 또 돌고
전시장을 세 번이나 돌았습니다. 아무 작품이나 막 찍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내 마음에 쏙 드는 것들만 담고 싶었습니다. 한 번을 돌고 사진을 달랑 2개 찍었습니다. 제 눈을 밝혀주는 그런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고 다시 돌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터 포함 5장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 달맞이길
바다 위로 난 달맞이길, 자연에 대한 폭력
위의 '달맞이길'이란 작품을 보며 처음에는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멋지겠는데?'란 생각을 잠시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는?' '저걸 관리하면서 발생할 문제는?' '모래 사장이 또 줄어들진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이 잔뜩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이란 것이 조금만 소홀히 관리하면 흉한 것이 되는 사례를 무수히 봐왔습니다. 그냥 자연 그대로인 것이 최선이고, 부득이 하다면 그 자연에 최소한의 손질만 가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달맞이길'은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그것은 지극이 이기적인 문명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연꽃의 우아함과 고요함을 담아내다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얼마 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보고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99%를 위한 디자인'이란 내용이었는데요, 물이 없어 몇십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타어어형 물통이 그 예로 나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보통 상위 1%를 위한 디자인인데,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은 하위 99%를 위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 강연의 요지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위의 요트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 요트는 분명 연꽃의 우아함과 고요함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서민들이 저 요트를 탈 수 있을까요? 위의 사진은 제가 사진으로서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제일 처음 담은 것입니다. 그냥 제게는 사진으로만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죠.
△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여행
저는 스마트폰이 없습니다만,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영만 요트 경기장'을 즐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스마트폰이란 사실을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OIL REMOVER(기름 제거기)
내가 본 해양 디자인전 최고의 작품!
'흘러나온 기름으로부터 바다를 구하자!(SAVE SEA from THE OIL SPILL)' 저는 기름 제거기를 디자인한 이 작품이 이번 전시전에서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지켜서 인류를 보호하고, 그리고 바다 위에 둥둥 떠서 사람들에게 좋은 눈맛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요. '해양 디자인전'에서 정말 몇 안되는 인간과 자연을 모두 배려한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해양 디자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거의가 너무나 인간만을 생각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인간마저 상위 1%의 인간이었고요. 우리의 디자인이 1%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99%를 위한 디자인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을 안고 돌아온 전시회였습니다.
△ 해양자연사 박물관 앞에 전시된 고래: 저 힘찬 용솟음을 보면 제 마음마저 불끈해집니다.
△ 그리고 포경포: 이 대포에서 발사된 작살이 고래에 명중하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 뭔지 아세요? 작살 끝부분이 다시 폭발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고래를 죽일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