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雜說] 한 시간에 몇 페이지나 읽는가?
책을 읽는 속도는 사람에 따라서 책에 따라서 다르다. 빨리 읽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느리게 읽는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느리게 읽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읽는 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개인의 지적역량과 독서습관과 필요성 여부에 따라, 혹은 책 자체의 장르나 질적 고하에 따라, 책 읽는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 시간당 대략 몇 페이지 정도를 읽는가를 파악해 두는 것은 필요하다.
독서량이 많을수록 단위 시간 당 읽는 페이지 수가 늘어난다. 물론 개인의 깨우침 여하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또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다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때가 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는 보통 눈이 글자를 읽어내는 물리적 한계에 기인한다.(서울대 국문과의 조동일 교수의 경우 하루에 봐내는 책의 양이 수십 권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꼼꼼히 다 읽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의 독서력讀書力을 짐작할 만하다.)
어찌 되었건, 단위 시간 당 독서 가능한 페이지 수를 아는 것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진다.
첫째, 자신의 독서력을 파악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같은 책을 읽어도 1년 전에는 한 시간에 20페이지 밖에 못 읽었는데, 1년 뒤에는 30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면, 분명 발전한 것이다. 누구에게 내 독서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단위 시간 당 읽을 수 있는 양만 안다면 말이다. 주관적인 추측보다 객관적인 지표가 주는 만족감은 분명하고도 크다.
둘째, 책의 수준을 파악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모든 책을 꼼꼼히 보는 것은 모든 책을 대충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어떨 때는 꼼꼼히 어떨 때는 대충 봐야 한다. 그러나 동일 목적으로 보는 책이나,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을 읽을 때, 각각의 책이 가지는 수준을 파악하는데, 단위 시간 당 읽은 양은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셋째, 하루가 바쁜 사람이 많다. 사람 탓이 아니라 시대 탓이다. 일분 일초를 쪼개어 사용하는 사람이 단위 시간 당 얼마나 읽는지를 안다는 것은 계획을 세우기에 좋다.
넷째, 매일 일정 시간 독서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몇 권을 읽었는지 세어보지 않아도 그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또 몇 시간을 읽었는지 기록하지 않아도 몇 권을 읽었는지만 안다면, 독서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1년에 몇 권을 읽었다는 것을 자랑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랑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자랑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결과 많이 읽고 발전했다면 나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객관적인 잣대(단위 시간 당 읽는 페이지)로 읽은 권 수와 독서에 바친 시간도 자랑하자! 그러다가 어느덧 그것이 부끄럽다면 한 경지 올라선 것이니, 또 다시 뿌듯한 마음을 가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