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상의 비결,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말라!
잠자리에 들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문 본 지가 얼마나 되었지? 그래. 기왕 블로그에 미친거, 블로그를 이용해 한문 공부나 매일 해보자.' 그래서 컴퓨터를 뒤져서 예전에 손수 번역하고 써두었던 글들을 다시 보기로 결심했다. 오늘 그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려한다. 요즘 하도 저작권 운운하는 소리를 많이 들은터라, 번역과 원문현토와 잡설, 모두 스스로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번역飜譯
상진尙震은 목천木川사람으로 자가 기부起夫이고 호가 범허정泛虛亭이다. 중종中宗 병자년에 생원이 되었으며 기묘년에 문과에 합격하였다. 검열檢閱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농부가 소 두 마리를 부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우열을 물었다. 농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가와서 은밀히 말하였다.
“가축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과 같습니다. 만약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낫다고 한 놈은 기뻐할 것이요 못하다고 한 놈은 화가 날 것입니다. 실제로는 작은 것이 낫습니다." 상진은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공께서는 참으로 숨어 사는 군자이십니다.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상진은 이로부터 남을 헐뜯지 않았다.
다리가 짧아 절름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를 가리켜 절름발이라고 하였는데, 공이 말하였다. “짧은 다리는 남과 같으나 한 다리가 길어서 그렇다네.”라고 하였다. 상진이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는 것이 이와 같았다.
현토懸吐
尙震은 木川人이요 字는 起夫요 號泛虛亭이라. 中宗丙子에 生員하고 己卯에 文科라. 以檢閱로 還鄕타가 見田夫牧二牛하여 問優劣이라. 不答하고 密密語曰: “畜心은 與人心으로 同이라. 若聞評言면 稱優者는 喜요 稱劣者는 怒라. 其實은 少者가 勝이니이다.” 震謝曰: “公은 隱君子라. 謹奉敎하니이다.” 自是로 未嘗忤人이라. 人有短脚而蹇者한대 或이 指曰: “蹇脚이라.” 公曰: “短脚은 與人으로 同이나 謂一脚長也라.” 不言人之短處가 如此라.
잡설雜說
"진정한 친구란, 단점을 지적해주는 친구다." 뭐 이런 말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내 경험상, 단점을 지적하거나 단점을 지적 받았을 경우, 대체로 관계가 틀어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자는 "당신의 속좁음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할 것이고, 혹자는 "당신이 관계 맺는 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정한다. 나의 속좁음 내지 관계 맺음의 잘못을. 하지만 위의 글을 보고 그게 다는 아니라는 속좁은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 것. 꼭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회적으로 표현할 것. 남의 장점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점 역시 말하기를 좋아하니, 조심해야한다는 것. 남의 칭찬을 꼭 하고 싶다면, 행동에 대한 칭찬만 할 것. 뭐 그런 생각들을 위의 문장을 읽으며 떠올려 보았다. 하루 종일 꼭 필요한 말만 하면, 말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로 말을 잘하는 것이란, 누군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하여튼 남을 까는 것은 재미나고, 내가 까이는 것은 열받는 게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