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포토에세이] 봄 사진 몇 장
빈배93
2012. 3. 29. 06:30
사진을 찍는다.
글을 쓴다.
감각이 예민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글을 쓰다보니 감각이 예민해진다.
3월도 다 되었다.
3월의 봄이 맛보기라면,
다가올 4월은 제대로 된 맛이다.
그때가 되면,
집사람 허락받고, 봄사진을 찍고 싶다.
동백은 과격하다.
그냥 툭 통째로 떨어진다.
다른 꽃은 피어서 봄을 알리지만,
동백은 떨어져서 봄을 알린다.
떨어진 동백꽃을 밟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그런데 내 아들 딸 놈들이 밟는다.
어릴 때 나는 연두빛을 좋아했다.
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5살 된 아들놈도 연두빛을 제일 좋아한다.
초록보다는 초록이 덜된 연두를,
우리 부자父子는 좋아한다.
3살 된 딸 아이는 누가 뭐래도 핑크가 좋단다.
누가 그렇게 가르친 것도 아닌데,
분홍빛이 좋단다.
그런 딸아이는 꽃만 보면 외친다.
"꽃따! 꽃따!"
그리고 정말로 따버린다.
아파트 단지에도 쑥이 올라왔다.
집 사람이 뜯었다.
양이 적아서 사진 모델노릇만 시키고 놓아두었다.
쑥은 입안 가득한 향으로 봄을 알린다.
봄의 표지는 많다.
따뜻한 볕 아래서,
강아지와 노니는 우리 딸의 모습이,
나는 최고의 표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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