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상한 라트비아인] 헤밍웨이와 까뮈가 극찬한 추리소설

빈배93 2012. 4. 2. 06:30

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열린책들, 2011.

 

   책을 읽게 되는 동기는 다양하다. 이 책은 프랑스 작가가 좋아서, 그냥 손이 간 경우다.(이렇게 써놓고 보니 프랑스 작가를 많이 아는가보다하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프랑스 작가라고 아는 사람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드 보통, 단 둘 뿐이다.) 무슨 장르의 소설인지도 몰랐다. 그저 책 뒷장에 쓰인 명사들의 소개말이 눈에 들어왔을 뿐.

 

   소갯말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은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헤밍웨이) “심농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방인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 거다.”(알베르 카뮈) 나는 이렇게 판단했다. 재미있고, 깊이가 있을 것이다.

 

   읽어갔다. 그리고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이라는 감이 왔다. 이런 류의 소설이 처음부터 막 재미있지는 않다고 알고 있었다참고 읽었다. 30페이지, 50페이지, 70페이지……. 계속 신경만 쓰이고 따분했다. 이름은 3자가 훨씬 넘고, 지명도 상호도 모두 낯설어서 더 그랬다.

 

   며칠 전 독서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얘들아, 30페이지 읽었는데도, 재미가 없으면, 그 책 던져라. 보통 작가들은 초반에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거든. 그러니 그 정도 읽었는데도 재미 없으면, 꽝인거지!“ 그런데그런데헤밍웨이와 카뮈가 날 붙들었다.

 

   그렇게 108페이지에 이르렀다. 시작할 때 살해당한 인물 다음으로 드디어 또 하나가 살해당했다. 그 살해기법이 대단히 흥미로웠는데, 클로로 포름으로 기절시킨 다음 긴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방식이었다. 갑자기 확 흥미로워졌다. 그리고 바로 책을 덮었다.(요즘 재미있으면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해서 일단 책을 덮는다. 아니 덮으려 노력하고 있다.) 잘 참았다. 공교롭게도 108페이지였다. 문득 108배의 인내가 떠올랐다. 만일 여기까지 오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면, 아마 헤밍웨이와 까뮈의 안목을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다. 누군가에게 실망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니까.

 

   그 뒤로는 30페이지 정도마다 하나씩 죽어나갔다. 등장인물이 살해되는 속도! 이것이 '극적 긴장' 혹은 '독자의 몰입'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 적어도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에서는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러다 어느덧 대단원에 이르렀다. 물론 결론은 사건의 해결이다.(줄거리는 말하지 않는다. 이런 소설에서 줄거리를 말하면 100% 스포일러가 된다.)

 

   같은 물을 먹어도 젖소는 우유를 만들고 독사는 독을 만든다. 물론 소설이지만, ‘형사라는 직업은 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한 것이 남을 구속시키는 것이 뭐가 그리 좋겠는가?(그럼에도 일선에서 고생하는 헝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똑같이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했을 때, 타인을 잘 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축복받을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교사라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항상 따분하다. 그리고 흥미로워지는가 싶으면 끝이다.

 

 


수상한 라트비아인

저자
조르주 심농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1-05-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간적인 추리 소설 주인공, 매그레 반장!조르주 심농의 인기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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