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전담 교사의 아들이 싸움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다섯 살 된 큰 아이는 토요일이면 '책과 아이들'이라는 서점에 다닙니다. 책을 읽어주는 수업이 있거든요. 최근에 거기서 친구를 하나 만들었답니다. 어찌 그리 쉽게 친구가 되는지…. 웃음. '탁이'라는 꼬맹이인데 우리 아이만큼이나 와일드하더라구요.
3주 전에는 급기야 두 아이가 싸움을 했습니다. 치고 박은 것은 아니고, 살짝 밀치고 언쟁하는 정도로만……. 승부는 우리 아이의 완패였습니다. 탁이의 걸죽한 한 마디에 KO패 였죠. 그 필살기가 뭐였냐면, "죽∼을래!"였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은 아니고, 집사람에게 전해 들은 말입니다.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싸움만 하면 먼저 울음을 터뜨렸던 제 애비랑 어째 그것마저 똑같은지. 웃음. 이 애비가 학교 폭력 전담교사라는 것을 큰 아이가 알면 좀 용기를 가지려나요? 흘흘. 아마 전혀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말입니다.
어제의 일입니다. 퇴근길에 제가 근무하는 학교 바로 밑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올라오는 탁이와 만났습니다. 책방에서만 보다가 밖에서 만나니 그게 또 색다른 느낌이더라구요. 반가웠습니다. 탁이 어머니게 제게 말을 건냈습니다.
"2주 동안 책방에 안 오셨데요?"
"아, 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못 데리고 갔어요.(이사와 제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갔는데, 그때는 탁이가 안 왔던데요?"
"그때는 저희가 일이 좀 있어서."
"그럼 주말에 뵙겠습니다. 탁아 안녕!"
그리고는 헤어지는데 탁이가 씩씩하게 인사를 하는 겁니다. 3주 전의 일은 까맣게 잊은 것 같았습니다. 금방 친해지고 금방 잊어먹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색다른 장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 즐거움을 아시겠죠? 그게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찾아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