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걸핏하면 나는 이 화를 어찌하오리까?

빈배93 2012. 5. 9. 06:00

 

   리 집안에는 아주 나쁜 고질이 하나 있다. 아버지도 삼촌도 동생도 나도 심지어는 내 아이들조차도 걸핏하면 화를 낸다는 것이다. 하나 다행이라면 모두들 빠른 시간내에 그런 자신을 자책한다는 것이다. 그럼 뭘하나? 또 다시 반복하는 걸…….

 

   타고난 기질 탓으로 돌리고 체념해야 할까? 교육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수신제가修身齊家! 나부터라도 고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책 6권을 뽑아왔다. 그 첫 책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다.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책이다. 아무튼 첫 걸음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책 6권이 사람을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럴수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부터 닦아야 집안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믿어야한다. 어느날, 화를 내지 않는 나가 아니라, 화가 나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책에서 좋은 글귀를 하나 읽었다. 요지는 이렇다. "나는 화는 어쩔 수 없으나, 파괴적이지 않은 선에서 발산하라." 그걸 잘 유도한 사람이 바로 에이브러함 링컨이다.   

 

   국방 장관 스탠튼이 하루는 편지 한 장을 들고 링컨을 찾아왔다. 그 편지는 스탠튼을 비난한 어떤 장군에게 보내기 위해 쓰여진 것이었다. 스탠튼은 흥분하여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링컨은 장단을 맞추면서 "그렇고말고!", "백 번 지당한 말씀!"이라고 동조를 표하였다. 읽기를 마친 스탠튼은 대통령의 공감을 얻어낸 데 만족하며 편지를 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때 링컨이 물었다.

 

   "그걸 어쩔 셈이오?"

 

   "어쩌다니요? 놈에게 부쳐야지요."

 

   그러자 링컨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그 편지를 쓰는 동안 실컷 재미를 보지 않았소? 그리고 내 앞에서 읽는 동안 화풀이도 하지 않았소? 그러니 장관……."

 

   링컨은 조용하게 덧붙였다.

 

   "그 편지를 저 난로 속에 넣지 그러오?"

『마음을 다스리는 법』 69∼70pp, 김정빈, 둥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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