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윌슨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빈배93 2012. 6. 19. 06:00

   고 생활지도부에서만 13년을 내리 근무 중이다. 남고에 비해 강력 사건(?)은 적지만, 허구한 날 사복을 입은 아이, 교복을 이상하게 만드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왜 다른 교사들은 협조를 해주지 않는가?' 13년간 그렇게 늘 투덜대어 왔다최근 우연한 계기로 그런 생각을 끊게 되었다. ‘나 혼자만 열심히 해도 가능해!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을 교실을 순시하며 미친 듯이(?) 계도를 했다. 물론 나의 여유로운 시간은 모두 날아갔다.

 

   처음에는 전 교실을 한 번 순회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그러기를 사흘. ‘저러다 말겠지로 끝나지 않음을 확인한 아이들은 교복을 바로 입기 시작했다. 소위 복장 불량 학생이 거의 없으니, 이제는 순회시간이 30분이면 충분하다. 선생님들도 은근히 신경을 쓰였나보다. 어떤 선생님은 교복을 바로 입히지 않았음을 사과하고, 어떤 선생님은 하지 않던 복장 지도를 하신다. 같이 생활지도를 하시는 선생님도 안선생이 그렇게 하니 나도 안 할 수가 없잖아.”라고 말하시며 도와주신다.

 

   ‘열심히 지도하고, 그 다음에 풀어주었다가 다시 흐트러지면, 강하게 지도하고.’ 13년을 그렇게 지도해왔다. 그런데 그 패턴이 문제였던 것이다. 해답은 지속성에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주석1) 과거의 되풀이를 벗어나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속성의 힘을 잘 표현한 윌슨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중간에 일이 끊기면, 꾸준히 일을 하는 경우보다 비효율적이 되고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주석2)는 법칙이다. 이 법칙은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는 말을 상기 시킨다. 자연이 잠시라도 자기의 활동을 멈추는 일이 있던가? 끊기지 않고 꾸준히 제 할 일을 하는 것.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실천으로 흡족해보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말이다. 이제는 과거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내 마음의 조그만 변화가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었다는 것이 마법처럼 느껴진다. 아래 괴테의 글은 내게 일어난 일을 잘 설명해준다.

 

 

   무엇이든 감행하겠다고 결단하기 전에는 언제나 주저함이, 중도 포기할 위험이 도사리기 마련이다……. 일단 감행하겠다고 결단하면 섭리의 손길이 따르게 된다. 결단하지 않았다면 결코 생길 수 없었던 온갖 종류의 일들이 생겨나 도움을 주게 된다……. 무엇을 할 수 있든지, 무엇을 꿈꾸든지, 일단 시작을 하라. 과단성은 그 속에 천재성과 힘과 마술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괴테.(주석3)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삶에 적용하고, 삶의 내용을 책에 비추어보는 일. 이 즐거움을 자주 느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도법자연道法自然도, 윌슨의 법칙도, 괴테의 명언도 가슴으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가슴으로 기억한 말들은 다시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가장 잘 기억한다.”(주석4) 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실을 순회하며 그 말을 되뇌인다.

 

 

(주석1) 질문의 7가지 힘, 268.

(주석2) 생각정리의 기술, 142.

(주석3) 마지막 강의, 101.

(주석4) 질문의 7가지 힘,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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