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기장 연화리에 있는 죽도횟집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방법

빈배93 2012. 7. 3. 06:00

   장 대변항에 한 번씩 간다. 부모님이 아나고(붕장어)회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눈처럼 부드럽게 썰어놓은 아나고회. 초장을 넣고 야채와 함께 비벼서 먹으면 환상이다. 사실 나는 환상이랄 정도는 아니고, 부모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리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하기야 요즘 맞벌이 아닌 부부가 얼마나 될까마는…….  낮시간 동안에 부모님은 우리를 대신하신다. 누구는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네 어쩌네 하고, 누구는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어서 발을 동동구른다는데……. 주변에서 다들 우리 부부를 보고 복받았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께 늘 고맙고 미안스럽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맛난 음식을 먹으러 자주 자주 가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됐다. 좀 번다고 막 쓰면 돈은 언제 모으노? 아껴 써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부산에서 부부 교사면 그래도 좀 사는 편이라. 맛있는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으면 돈은 뭐할라꼬 벌겠노?“

 

   런 이유로 부모님께 맛난 음식을 자주 대접하지는 못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모시고 가는 방법이 저절로 익혀졌다. 오늘 아나고회가 이상하게 먹고 싶네요. 같이 가시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100% OK!하신다. 자식이 먹고 싶다고 하니 부모님이 먹지 말라는 말씀을 못하시는 것이다. 그리고는 함께 간다.

 

   도횟집(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112, Tel. 051-721-2411)에 다녀왔다. 지난 금요일(6월 29일)이었다. 횟집은 지인의 동생이 운영하는 곳이다. 전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다. 지인을 팔아먹었다. 아나고와 잡어회를 주문했는데, 잡어회가 자연산 돔으로 바뀌어 나왔다. 게다가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던지…….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다.

 
  
   얼대는 아이 손을 잡고 과자를 사려 나왔다. 지난 겨울에 오고 처음 왔는데, 다리가 하나 새로 놓여 있었다. 대변항과 죽도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한다. 이제는 죽도를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아버지·동생과 함께 죽도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배를 타고 들어갔을 터인데, 그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아무튼 섬 안에서 고동이며 담치를 따고, 줄낚시를 했었던 기억은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동생과 함께 한 다른 추억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가? 송정에서 기장까지 30리도 더 되는 길을 걸었다. 지금 걸어도 꽤나 먼 길인데……. 나이 40이 다된 지금, 걷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돌이켜보건데, 걷기를 좋아하는 내 습성은 그 즈음에 길러지고 있던 것이 아닐까? 당시 무슨 이야기를 하며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비포장 길을 지루하지 않게 걸었던 그 추억은 아련하게 가슴 한 구석에 새겨져 있다. 언젠가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먼 길을 걷고 싶다.
 
   집을 나오며 아버지가 한 말씀을 하셨다. "다른 횟집에 가면 회 나오기도 전에 배가 부를 만큼 스끼다시가 많은데……." 죽도 횟집은 횟감이 좋다. 대신 튀김이나 구이 등의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을 음식은 별로 없다. 아버지께서는 그 점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에구! 아부지, 제가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그런데 맛있게는 드셨지요?   
 
+) 올초에 예종석의 『밥집』이란 책을 읽었다. 맛집 리뷰인데, 흔히 보아온 그것과는 딴판이었다. 음식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 끝에 한 두 줄 정도 붙인 밥집 소개. 그 형식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죽도횟집'은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의 동생 분이 운영하는 가게다.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물론 횟감도 좋다. 이 글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근사하게 소개하기 위해, 『밥집』의 형식을 빌리고, 다시 변화를 주어서 서술하였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한다.  
 

밥집

저자
예종석 지음
출판사
SOMO | 2011-03-2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음식을 알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밥집』은 단순히 맛집 정보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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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횟집 / 생선회

주소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112번지
전화
051-721-2411
설명
횟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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