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모래 언덕이 가르쳐 준 교훈

빈배93 2012. 7. 17. 06:00

   리집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해운대 해수욕장에 간다. 아이들은 모래 언덕을 쌓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나보다.모래 언덕은 금새 파도에 쓸려가버리거나, 아이들의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모래 언덕의 운명은 늘 그런 것이다. 시험감독하다가 모래 언덕이 자꾸만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상념에 잠겼다. 상념은 그냥 찾아온 것이 결코 아니었다. 시험 감독의 무료함 속에서 찾아온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래 언덕으로 부의 분배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 꼭지점 A를 부자의 재산 상태라 가정하자. B와 C는 극빈자의 재산 상태가 된다. 모래의 점성은 인간의 욕심이라 가정하자.

 

   자유 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자는 위의 모래 언덕을 두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 A가 더 높아져야 모래가 더 많이 흘러 내려 B와 C가 높아진다. 현재 B와 C가 저만큼이라도 높은 것은 A의 높이 때문이다. 따라서 A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B와 C는 참고 묵묵히 일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위의 모래 언덕을 두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A가 저만큼 높은 것은 B와 C가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B와 C가 사라진다면, A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래 언덕에 대한 측의 진술은 모두 타당하다. 단지 관점의 차이를 드러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관점의 차이가 아니다. 핵심은 모래의 점성에 달려있다.  위의 모래 언덕은 대단히 안정된 구조이다. 모래 언덕이 위와 같은 모양을 띠는 것은 모래의 점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A만을 높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거의 대부분은 B와 C로 흘러내린다. A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투입되는 모래의 양이 늘여야 한다.(A를 꼭 높여야만 하는 이유와 투입되는 모래가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그 결과 A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A와 B와 C가 고루 높아지게 된다. 부의 분배 역시 그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심리가 안정상태가 된다.

 

   늘날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기형적인 부의 분배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위 1%의 부자에게 흘러들어간 돈은 아래로 흘러 내려 오기를 잊었다. 흉한 쇠막대기의 상태. 그것이 상위 1%의 상태이다. 이 쇠막대기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국가의 시장통제를 말하고, 어떤 사람은 복지 정책의 확대를 말하고, 어떤 사람은 혁명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기부문화의 확산을 이야기한다. 그 해결책 모두가 일리가 있다.

 

   러나 문제의 본질은 저 쇠막대기의 점성에 있다. 쇠막대기는 결코 모래와 같은 점성을 가질 수 없다. 부富에 대한 욕심을 깨어버리지 못한다면, 그 모든 대안은 한낱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뿐이다. 욕심으로 비롯된 일은 욕심으로 풀어야 하는 법. '부의 불평등한 분배'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거기서 찾아야 한다. '욕심은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는 재앙이다!' 이 당연하고도 절대적인 진리를 일찍부터 우리 아이들의 머리에 마음에 심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