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만 집중 공략해야 이길 수 있다
베드민턴을 친지 10년 쯤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쳤다. 관절에 조금 무리가 오는 것만 빼고는, 참 좋은 운동이다. 참, '참 좋은 운동이'라고 하기 전에 단서가 하나 붙어야 한다. '잘 하면, 참 좋은 운동!'
사회체육에서는 단식 경기를 하지 않는다. 힘은 더 들고, 재미는 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복식 경기를 한다. 복식을 하면 두 사람이 한 팀이 된다. 당연히 한 팀의 둘이 실력이 같을 수가 없다. 둘 중에 실력이 나은 사람에게는 셔틀콕이 잘 안 온다. 그래서 여유롭게 시합을 할 수 있다. 반면 둘 중에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셔틀콕이 죽으라고 계속 날아온다. 쉴 틈이 없다. 셔틀콕이 무슨 폭탄인양 계속 계속 떨어진다. 어느새 상대방에게 점수를 준다. 실력이 나은 파트너는 실력이 떨어지는 파트너에게 인상을 쓰거나 잔소리를 한다. 기절 직전이다. 잔인하다. 비참하다.
이런 시련의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만 두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벼텨내야한다. 그래야 즐겁게 칠 수 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새 아득한 옛날이 되었다.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사회적 강자라는 사람들의 행태와 경기에 이기려고 용을 쓰는 사람들의 행태는 많이 닮아있다. 비슷한 수준끼리 경쟁을 하면 늘 이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사회적 강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 역시 약자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집중 공략! 그것이 강자들에게 안정과 승리를 항상 보장해주는 최선의 선택이다.
일례로 대기업이 시장 상권과 경쟁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대기업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경쟁.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도 없고, 이윤도 보장되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대기업에서는 "우리와 경쟁을 하면, 시장 상권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웃긴 소리다. 제 스스로 비슷한 능력을 지닌 기업과의 경쟁을 회피하고 영세 상인들과 경쟁관계를 만들면서……. 에잉! 말한다는 꼬라지가. 먹고 사는 것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베드민턴도 스트레스를 꽤나 준다. 이건 그만 두면 간단히 벗어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생존과 직결된 사회적 강자의 횡포는 피할 수 없다. 거의 사람을 목잡고 넘어가게 한다. 회피하면 죽음이다. 그러니 국가가 강자의 횡포를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매일 매일 베드민턴을 치며 이런 다짐을 한다. "못 치는 사람만 너무 집요하게 공략하지 말자." "내 파트너의 실력이 부족해도 잔소리 하지 말고, 인상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칠 수 있도록 해주자." 이런 생각을 사회적으로 전환해도 여전히 유효할 듯 하다. 뭐든 10년만 열심히 하면 도통할 수 있다고 한다. 베드민턴을 10년 동안 치며 이런 생각을 정립하였다. 도통까지는 아니겠지만, 도의 언저리쯤에 가있는 생각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건방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