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약자만 집중 공략해야 이길 수 있다

빈배93 2012. 7. 23. 06:00

 

   드민턴을 친지 10년 쯤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쳤다. 관절에 조금 무리가 오는 것만 빼고는, 참 좋은 운동이다. 참, '참 좋은 운동이'라고 하기 전에 단서가 하나 붙어야 한다. '잘 하면, 참 좋은 운동!'

 

   회체육에서는 단식 경기를 하지 않는다. 힘은 더 들고, 재미는 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복식 경기를 한다. 복식을 하면 두 사람이 한 팀이 된다. 당연히 한 팀의 둘이 실력이 같을 수가 없다. 둘 중에 실력이 나은 사람에게는 셔틀콕이 잘 안 온다. 그래서 여유롭게 시합을 할 수 있다. 반면 둘 중에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셔틀콕이 죽으라고 계속 날아온다. 쉴 틈이 없다. 셔틀콕이 무슨 폭탄인양 계속 계속 떨어진다. 어느새 상대방에게 점수를 준다. 실력이 나은 파트너는 실력이 떨어지는 파트너에게 인상을 쓰거나 잔소리를 한다. 기절 직전이다. 잔인하다. 비참하다.

 

   런 시련의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고 그만 두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벼텨내야한다. 그래야 즐겁게 칠 수 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새 아득한 옛날이 되었다.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회적 강자라는 사람들의 행태와 경기에 이기려고 용을 쓰는 사람들의 행태는 많이 닮아있다. 비슷한 수준끼리 경쟁을 하면 늘 이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사회적 강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 역시 약자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약자에 대한 집중 공략! 그것이 강자들에게 안정과 승리를 항상 보장해주는 최선의 선택이다.

 

   례로 대기업이 시장 상권과 경쟁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대기업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경쟁.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도 없고, 이윤도 보장되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대기업에서는 "우리와 경쟁을 하면, 시장 상권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웃긴 소리다. 제 스스로 비슷한 능력을 지닌 기업과의 경쟁을 회피하고 영세 상인들과 경쟁관계를 만들면서……. 에잉! 말한다는 꼬라지가. 먹고 사는 것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베드민턴도 스트레스를 꽤나 준다. 이건 그만 두면 간단히 벗어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생존과 직결된 사회적 강자의 횡포는 피할 수 없다. 거의 사람을 목잡고 넘어가게 한다. 회피하면 죽음이다. 그러니 국가가 강자의 횡포를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일 매일 베드민턴을 치며 이런 다짐을 한다. "못 치는 사람만 너무 집요하게 공략하지 말자." "내 파트너의 실력이 부족해도 잔소리 하지 말고, 인상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칠 수 있도록 해주자." 이런 생각을 사회적으로 전환해도 여전히 유효할 듯 하다. 뭐든 10년만 열심히 하면 도통할 수 있다고 한다. 베드민턴을 10년 동안 치며 이런 생각을 정립하였다. 도통까지는 아니겠지만, 도의 언저리쯤에 가있는 생각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건방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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