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고 사니?(4)
#14 상賞
높은 분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적이 두 번 있다. '지가 뭔데 내한테 상을 줘? 기왕 줄거면 상금이나 상품도 함께 주던가. 딸랑 종이 조각 한 장이 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그랬고, 상은 받았다. 남주기 아까워서. 노벨상이나 필즈상(수학의 노벨상에 해당한다)을 거부했던 사람이 간혹 인구에 회자된다. 그럴리도 없지만, 내게 그 상이 온다면 거절할 수 있을까? 아, 직, 은, 불가능하다. 그 사람의 그릇의 크기는 그 사람이 거절할 수 있는 상의 크기로 대략 측정 가능하다. 그런데……, '내가 상을 줬던 학생도 , '지가 뭔데 내한테 상을 줘?'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난다. 허걱!
#15 왜 그렇게 사니
'왜 그렇게 사니' 시리즈를 쓰다보니, '요거 1,000개만 모아서 책을 내어 볼까'하는 욕심이 생겼다. '욕심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요물인 것'을 또 잊어버린 순간에 일어난 욕심이었다. 왜 그렇게 사니?
#16 이문열
어제 연합뉴스 기사 한 토막. <"최근 들어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문학을 통해 발언한다는 혐의를 많이 받았죠.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때에는 소설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정치적 이야기가 돼버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설가 이문열이 자신의 소설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것은 "오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30일 밤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청중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호모 엑세쿠탄스』 서문에서도 이문열의 거의 같은 해명이 있다. 이문열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말이 많았건만, 나는 이문열의 팬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소설들은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최근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고나서, 그의 팬 노릇은 그만하기로 했다. 소설 속 대사이기 때문에 이문열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니라 둘러 댈 수는 있겠지만, '촛불집회'와 '2002년 월드컵 응원'을 두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둥의 서술은,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내게도, 그의 진심으로 읽혀졌다. 이문열의 말을 십분 믿어서 그가 정치적이지 않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문열의 글을 두고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일 이문열의 글이 정치적이지 않다면, 정당 대변인의 발표문도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호모 엑세쿠탄스』의,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교묘하고 화려한 글은, 역겨웠다. 그를 통해 소설이 '재미'가 전부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이문열은 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