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적 사고의 유용함
#34 분리
자본주의가 장점이 많다. 그런데 문제도 많다. 자본주의의 대안이었던 사회주의 실험은 이미 실패했다. 소규모 공동체의 형태로 수많은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지만, 당분간은 자본주의를 대체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기름치고 나사 조여 가면서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경쟁’이다. 남보다 많이 벌려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 밟는 자에게 자본주의는 달콤하겠지만, 밟히는 자에게 자본주의는 맵고 쓰다. 얼마 전만해도 밟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1%라더니만, 이제는 0.01%라고 한다. 99.99%의 사람이 밟히는 평등한(?) 세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한 대목.
<따뜻한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불가능해요. 그러나 자본가는 따뜻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것 말이에요. 자본가가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갖고 박애정신이 투철해도 자본주의 그 자체는 따뜻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규제와 룰, 탐욕제어장치를 만들어야 해요.> 김제동의 질문에 한홍구의 답이다.
김용철은 삼성과 이건희 일가를 분리해서 생각했고, 한홍구는 자본주의와 자본가를 분리해서 바라본다. 뭉뚱그려놓고서는 도저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안도 쪼개놓고 보면, 개선이 가능성이 엿보인다. 통섭의 시대라지만 자연과학적 매스의 효용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실세계에서 그 둘을 떼어내는 것이 지난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