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말의 폭풍 뒤에 찾아오는 불쾌함

빈배93 2012. 9. 7. 14:17

#43    침묵

 

신이 나서 떠들 때가 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서면,

거의 항상,

내가 왜 그렇게 말이 많았지?’하고 후회한다.

 

몸 속 가득 채워 놓았던 진기가 뽑혀진 듯 한 느낌.

꼭 그런 느낌이다.

말없이 미소나 지어주자고 다짐한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이 되면,

그 다짐은 머리 속에서 하얗게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말의 폭풍이 한바탕 몰아친 다음에야,

다시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때의 감정은

후회라는 단어보다

괴로움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다.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라고 누가 말했는데,

나의 경우가 일반적이라면,

말하는 동물인 인간은 참 피곤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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