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를 벗어라
명품 가방 한두 개 정도 없으면, 빈부와 상관없이, 오히려 별종 취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하다못해 짝퉁이라도 한두 개는 장만해 두어야 할 것 같다. 그게 못마땅해 집사람에게 한 소리했다가는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명품 가방의 개수는 인격과 일치한다.
수능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서면, 장님 반에 연예인 반이다. 두 손을 다 써야 헤아릴 수 있는 아이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억지로 썬그라스를 벗겨보면 퉁퉁 부은 채 감긴 눈이 보인다. 수능 끝나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겠다던 다짐은 하지 못할 다짐이 된다. 얼굴에 칼을 댄 횟수는 인격과 일치한다.
페르소나(Persona)는 ‘극중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배우가 썼던 가면’을 뜻한다. 융은 그 페르소나를 ‘인격적 가면’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인물(Person)이나 인격(Personality) 같은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내면이 공허할수록 소유에 집착하고, 외모에 집착한다. 가진 차가 인격을 대변하고,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가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그런 심리를 교묘히 활용한 마케팅은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 페르소나를 이용하는 자, 불황을 모르리라! 평생을 가꾸어야 할 인격은 뒷전으로 밀렸고, 뒷전으로 미룬 지 하도 오래되어, 그걸 어디에 뒀는지 기억조차 어렵다. 덕분에 현대사회에서는 각종 정신 질환이 창궐하고, 정신과 의사는 망할 리 없는 인기 직종이 되었다.
수양은 모든 수식을 덜어냄이다. 페르소나를 벗음이다. 발가벗은 자신과 맞서는 일이다. 그것은 용감하고도 겸허한 자기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