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이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마음, 그속에 깃든 겸손
주요 일간지도 아니고, 이름 없는 작은 신문에 칼럼 하나를 실었다. 원고료도 받고, 칼럼 하단에 ‘○○고등학교 교사 안○○’이라는 이름도 박아 넣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에게 자랑하고, 집사람에게 자랑하고, 심지어는 수업 가서도 자랑질을 했다. 그런데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자기 PR의 시대다. 처음에는 멋진 말이라 생각했다. 자기 PR 그 자체가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자기 PR에 치중하다보면, 겸손을 잃을 확률이 급증한다는 데 있다. 이젠 자기 PR에 그리 열심이지 말자고 다짐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능력만 있으면 결국은 저절로 알려지는 법.
겸손은 미덕이다. 그런데 건방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해서 일순간 겸손을 잊게 한다. 어떻게 하면 늘 겸손을 잊지 않을까? 『만 가지 행동』을 읽다가 해답 비슷한 것을 찾았다.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기!' 뭔가 배우려는 마음 속에는 겸손이 깃들어 있는 법. 겸손은 안를 들여다보는 일이라 잊기 쉽지만, 배우는 일은 밖을 살피는 것이라 덜 잊을 수 있다.
본인의 내공이 하나도 없어도, 남의 내공을 자유자재로 빌려 쓸 수 있어서, 천하제일이 되었던 어느 무협지의 주인공이 있다. 남의 내공을 자유재로 빌려 쓸 수 있는 능력.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려는 겸손한 마음가짐. 그 둘 사이에 등호를 붙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런 묘비명을 남겼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현재의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