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모든이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마음, 그속에 깃든 겸손

빈배93 2012. 10. 5. 16:53

 

   주요 일간지도 아니고, 이름 없는 작은 신문에 칼럼 하나를 실었다. 원고료도 받고, 칼럼 하단에 ○○고등학교 교사 안○○이라는 이름도 박아 넣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에게 자랑하고, 집사람에게 자랑하고, 심지어는 수업 가서도 자랑질을 했다. 그런데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자기 PR의 시대다. 처음에는 멋진 말이라 생각했다. 자기 PR 그 자체가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자기 PR에 치중하다보면, 겸손을 잃을 확률이 급증한다는 데 있다. 이젠 자기 PR에 그리 열심이지 말자고 다짐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능력만 있으면 결국은 저절로 알려지는 법.

 

   겸손은 미덕이다. 그런데 건방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해서 일순간 겸손을 잊게 한다. 어떻게 하면 늘 겸손을 잊지 않을까? 만 가지 행동을 읽다가 해답 비슷한 것을 찾았다.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기!' 뭔가 배우려는 마음 속에는 겸손이 깃들어 있는 법. 겸손은 안를 들여다보는 일이라 잊기 쉽지만, 배우는 일은 밖을 살피는 것이라 덜 잊을 수 있다.

 

   본인의 내공이 하나도 없어도, 남의 내공을 자유자재로 빌려 쓸 수 있어서, 천하제일이 되었던 어느 무협지의 주인공이 있다. 남의 내공을 자유재로 빌려 쓸 수 있는 능력.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려는 겸손한 마음가짐. 그 둘 사이에 등호를 붙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런 묘비명을 남겼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모든 이들로부터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현재의 나는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