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그냥 걷고, 그냥 읽고, 그냥 쓰고

빈배93 2012. 10. 8. 11:59

1

 

  홀로 만덕고개를 걸어서 올랐다. 햇볕이 따가왔다. 나무들이 늘어선 아래로 들어서자 완연한 가을이었다.   나무는 염천에 녹음을 짙게 드리운다. 햇볕 한 점도 막아선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잎을 떨군다. 그 틈으로 햇볕을 받아들인다. 찬바람이 쌩쌩 불면 모든 잎을 떨군다.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햇볕을 바닥으로 보낸다. 나무는 그 아래로 늘 최적의 햇볕을 보낸다. 일부러 애를 써서 그런 것도 아니요, 누구에게 좋은 소리를 듣자는 것도 아니다. 여름에는 영양분을 더 얻기 위함이요,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함이다그럴 뿐인데, 그게 움직이는 것들에게 은혜가 되는 것이다 나무는 그저 저를 위해 산다. 아무런 작위도 일삼지 않는다. 동온하청冬溫夏凊이라고 하였다. 나무는 그 곁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효자이자, 효의 길을 일러주는 스승이 된다.

 

 

2

 

   그냥 걸으면 즐겁다. 그런데 몇 km를 걷겠다고, 어디까지 걷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일이 되어버린다. 그냥 걷다가 마음이 동하는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즐겁다. 그런데 좋은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걷는 것도 일이 되고 사진 찍는 것도 일이 되어버린다. 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을 쓰면 즐겁다. 그런데 매일 써야만 한다고 다짐하거나, 글 빚을 갚기 위해 써야 할 일이 생겨서 억지로 생각을 쥐어 짜노라면 괴롭다. 내가 무언가의 도구가 되는 순간 즐거움은 사라진다. '그냥' 하는거다. '뭘 위해' 하지 말고. 내가 도구를 부려야지, 도구나 나를 부리면 피곤하다. 괴롭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멈춰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성불成佛이 아닐까 싶다.

 

 

 

3

 

   서자서書自書 아자아我自我. 공자가 경계했던 책 읽기다.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라면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바꾸어 생각해봤다. 아자서我自書 서자아書自我. 나는 책대로, 책은 나대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실천하며 자신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책을 쓰는 것은 자신을 담는 일이다. 그러니 좋은 책을 쓰고 싶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4

 

2012. 10. 07. 도보여행 기록. 0940 화명동 출발 - 0955 화명 롯데캐슬 - 1025 남산정 교차로 - 1045 만덕 사거리 - 1100 만덕 제1터널 입구 - 1115 병풍암 석불사 입구 -  1130 만덕고개 정상 - 1200 철학로 입구 - 1220 동래금정마을 - 1300 부곡동 도착. 총 3시간 20분 소요.

 

 

ⓐ 철마. 2012.10.06.

 

 ⓐ 화명동. 2012.10.06

 

 

ⓐ 만덕고개. 2012.10.07.

 

ⓐ 만덕고개. 20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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