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지.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르던 시절이 있었지.
눈비 속에서도 의연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도 지금처럼 저 금강은 구불구불 자랐고
나 역시 금강처럼 느릿느릿 흘렀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내려치던 그날
허리 꺽여 무참히 주저 앉는 순간에도
결단코 다시 살아날 것을 의심치 않았지.
지금은 화구(火口) 곁에 쪼개어져 누워 있어도
저 불 속으로 뛰어들어 활활 타오르는 날
가루 가루 푸른 하늘로 훨훨 흩날리다가
푸른 소나무로 화(化)할 것을 의심치 않아.
@ 공주 공산성(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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